어린 일기장의 낡은 두 눈 무뎌져가는 두 개의 지붕 위에 자못 따스한 하늘빛은 똑같은 음절들을 부드러이 흘리었다낮고 반짝이는 비닐하우스들이 아아아 소리치며 합창하던 곳음절들은 굽이쳐 그 좁고 덥고 뜨거운 우수가 꿈틀거리는 곳으로 들어가 단단히 굳어졌다소리들의 신성한 납골당아무도 울지 않는 납골당에 굳건하게 맺힌 과실은 너무도 달았다아버지는달디 단 참외를 좋아하셨다다이아몬드를 울대 삼아 속삭이던 그의 달콤한 목소리가잠들어가는 어린 나의 더벅머리를조심스럽게 쓰다듬던 그 손길의 향수가그리워질 때면 그의 서재 속에 감추어진 단단한 언어들을
시를 쓰거나 읽는 행위가 특별한 일이라기보다 나와 세상을 정리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일상적 수행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겪는 일과 세상은 무엇인가 등을 궁금해하는 데서 시 쓰기는 출발한다.시는 감정을 리듬에 맞춰 표현하는 글쓰기 양식으로 이해한다. 이번 응모작들 중에도 아프다, 슬프다, 울다 등의 언어와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런데, 시적 주체가 내 자아의 목소리에만 전적으로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심정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일방적 목소리밖에 낼 수가 없다. 내 자아만큼의 협
철학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지냈다. 그의 나이 28세 때의 일이며 그의 저서 『월든』은 당시의 경험을 10년 후에 회상하며 출판한 저서이다. 그리고 45세에 폐결핵으로 죽었다. 나는 오래전 그 책에서 ‘자발적 빈곤’이란 멋진 글을 가슴에 새겨 두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부귀영화를 멀리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