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아이김혁진(인과계열 23) 때는 2022년 10월 4일이었다. 피곤한 기분마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첫째 딸 아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맞춰 놓은 알람소리나 잠에서 깨어난 둘째 아들 재송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텐데, 오늘은 기묘하면서도 거슬리는 낯선 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언뜻 들으면 오합지졸의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을 내는 소리 같다가도, 또 언뜻 들으면 여러 대의 유람선이 동시에 출발하는 소리 같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소리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노다겸(경제 20) “그런데, 어디 있니?” 최은경 씨의 핸드폰으로 또 알림톡이 왔다. 은경 씨는 이제 그 사근사근한 멘트를 외웠다. 아니, 다 외웠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시간에 온 그 ‘까똑!’ 소리에 “그런데, 어디 있니?”라고 대꾸하기까지 했다.최은경 고객님! 우체국입니다. 윤주선 고객님의 부재로 배달하지 못한 택배가 반송되었습니다. 대구달서우체국. 월성동에 사는 덕분에 달서우체국이 코앞이라 반송 완료 알림이 아침부터 빨리 오는 건 또 누구 속 터지라는 친절인가. 은경 씨는 국밥집에서 밤새 시달린 다리를
방의 가구 배치를 바꾸던 중이었다. 침대를 건드릴 때마다 수상할 정도로 먼지가 심하게 날렸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매트리스를 들어내 보니 시트 아랫부분이 온통 까진 채였다. 품질 탓인지 열에 녹았던 건지 잘게 부서진 얇고 흰 껍질들이 눈처럼 휘날렸다. 눈앞이 아득했다. 시트를 통째로 말아서 버리고 그 잔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돌돌이를 굴리고 청소기로 빨아들여도 자꾸만 어디에서 튀어나온 새로운 조각들이 나풀댔다. 한 시간 남짓을 붙잡고 낑낑댔을 때에야 상황이 대충 갈무리됐다. 더는 쳐다보기도 싫어서 이만 새 시트를 덮으려고 했다. 어
서초구 대법원 대법관 사무실, 공정한 판결을 위해 쉴 새 없이 일하는 한 사람이 있다. 특별한 듯 보이지만 평범한, 평범한 듯 보이지만 특별한 한 사람. 소신 있게, 인간미 있게,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는 조재연(법률 75) 동문을 만나봤다.진로를 고민하던 평범한 청년,법조계 ‘천칭’ 되기 까지신뢰받는 사법부 만들고 싶어 평범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다“조금의 차이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특이하진 않았어요.” 유년 시절 조 대법관은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이사를 자주 다니긴 했지만, 오히려 여러 환경에서 다양
사이버 패러다임에서 블록체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기존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불균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정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기존 인터넷도 제도와 기업이 허락한다면 정보의 균형성을 맞출 수 있지만, 이익 문제가 결부되기 때문에 실현하지 못했다. 또한, 정보의 균형성을 맞추는 데 있어 큰 비용이 필요한 인터넷에 비해 블록체인은 경제적·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블록체인 패러다임이 현실화되는 기간이 10년 정도로 짧게 예측된다. 이유가 무엇인가.종이 기반 비즈
어떤 방식으로 가든 전철을 두 번 갈아타는 것이 제일 적게 시간이 걸렸다. 덕소역에서 출발하여 상봉역에서 7호선으로, 태릉입구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 서혁역에서 하차했다. 단지 전철에서만 끝나는 것만도 아니었다. 소리 마을은 서혁역에서도 버스로 10분,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길거리를 걸으며 나름은 번화가인 서혁동의 거리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소리 마을’에, 아니면 ‘소리 3동’에, 어쩌면 ‘소리 뉴타운’에, 사실은 ‘소리 재개발 구역’에 도착했다. 할 일 없는 주말, 3월 20일이었다. 소리 마을을
. 제목부터 인상적인데, 제목의 의미를 설명한다면?소설가에게 ‘가짜 팔’은 곧 이야기다. 이야기는 비록 가짜, 허구이지만 그게 누군가에게 포옹으로 다가갔을 때 중요한 위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여러 해석중 하나 일 뿐이고 각자 해석 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첫 연애소설집이다.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사랑을 규정하지 않으려고 이 긴 소설을 쓴 것이다. 사랑에 관한 정의는 많지만 소설가는 그런 정의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정의를 내리는 순간 사랑이란 단어는 굉장히 협소해진다. 이번 소
(1) 오늘날의 핀테크 최근 중국인들이 드라마 를 보고 주인공 천송이의 코트를 사려 했으나 여러 규제 때문에 구매가 좌절된 이른바 ‘천송이 코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결제서비스의 불편함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고, 금융 당국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용자를 불편하게 가두던 규제의 벽이 허물어지고, 그 영역에 ‘핀테크(Fintech)’ 기술이 들어서고 있다. 여기서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이는 IT 기업이 주
여름빛이 지나간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쌀쌀하게 부는 바람을 보면 겨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처음 성대신문 모니터링 요원을 시작했을 때는 따뜻한 봄이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다시금 실감했다.이번 1571호 성대신문을 읽고 마음에 와닿은 생각은 ‘따뜻해졌다’라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 학교에서의 여론과 그 뜨거운 논의, 학술적 정보 및 다채로운 기사들은 보는내내 미소를 짓게 하였다. 물론 미소를 지으면서 한편으로는 기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전보다 ‘학술’면의 기사
1954년 6.25전쟁 직후, 대학본연의 역할과 기능조차 쉽지 않았던 때에 창간된 成大新聞이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고 창간 60周年을 맞이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성균인들은 언제나 성대신문을 읽으면서 대학생활과 호흡을 같이 해왔기에 성균인들에게는 성대신문이 늘 자랑이었습니다. 지난 60년을 되돌아 보면 대학사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격동의 시대였고 이제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새로운 시대를 창조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성대신문도 그동안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다시 만난 거라그 골목길 어귀에서지난 여름 그날처럼나는 또 다시 설레이고사소했던 오해들도기다렸던 시간들도우리 다시 만난 거야…*버스커 버스커 ‘골목길 어귀에서’ 中큰길에서 쑥 들어가 동네나 마을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좁은 길. ‘골목’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골목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야기를 품은 길이다. 골목은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이미지, 다른 기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킨다. 연인에게는 헤어짐과 만남을 기약하는 곳, 아이들에게는 숨바꼭질을 하며 뛰노는 곳이다. 당신이 무심코
"카톡! 카톡!"?집안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아침잠에서 깨어나 휴대폰 화면을 본다. 팀플 조원들이 이번 주에 있을 프로젝트에 대해 단체 채팅방에서 한창 논의 중이다. 나도 내 의견을 몇 문장 보내 놓고는 다시 잠을 청한다.나는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없으면 못 살 정도로 하루에 엄청난 양의 시간을 카톡 메시지 주고받기에 할애하고 있다. 카톡 아이디가 없으면 학교 조별 과제나 동아리 모임 등에 관한 것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이니, 카톡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내가 라는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2012년 5월이었다. 문학과 우울, 지적 욕망을 습관처럼 앓던 소녀들 몇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모임을 자그마하게 만들었었는데, 5월은 오스카 와일드와 유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방금 막 터진 벚꽃마냥 늘어놓던 때였다. 나는 오늘날의 (번역어로서의) 예술이 갖고
요즘 대부분의 사람은 ?League of legends?(이하 lol) 라는 게임을 직접 해보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재 이 게임은 스포츠의 한 갈래인 ?E-sports?에서 주요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고, 게임 점유율에서도 1,2위를 다툴 정도의 인기 있는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실질적으로 경험해본다면 이러한 이미지는 모두
제45대 총학생회 선거가 지난주로 마무리됐다. 난 12학번 새내기고, 이번 선거는 내가 대학에 와서 처음 겪어본 총학생회 선거였다. 첫 총학생회 선거를 보며 느낀 느낌을 적어볼까 한다.첫 번째로 내가 인상 깊게 본 것은 후보등록거부 사태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이다. 선거운동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등록거부 문제가 터졌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심각성만 더해졌
황무지 한 가운데 자리한 바스커빌 가(家)에는 오랜 전설이 있다. 아름다운 동네 처녀를 겁탈하려 저택에 감금한 가문의 남자와 그를 피해 황무지로 도망친 여자. 그리고 추격 끝에 마주한 두 남녀 앞에 나타나 바스커빌의 목덜미를 무참히 물어뜯은 불을 뿜는 검은 개. 선혈이 낭자한 죽음 앞에 처녀마저 까무러쳐 죽은 후 바스커빌의 남자들은 영영 평온한 죽음을 맞을
한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네르바의 무죄 판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PC방 전면 금연화. 연예인 성상납으로 되돌아본 연예인 노예계약 문제. 이 세 가지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모두가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는 것.주관적 권리, 가장 원칙적인 형태의 기본권기본권은 기본권의 주체가 기본권의 객체에 대해 그 침해금지와 보호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 객체는 기본권을 보호해야하는 국가권력, 주체는 기본권을 주장하는 국민을 의미하며, 이런 형태로 나타나는 기본권을 가리켜 주관적 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