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완 교육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가을이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그저 익숙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그런 가을이다. 명륜동 캠퍼스를 자주 산책하면서 계절이 지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본다. 지금 금잔디 광장은 진한 녹색으로부터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그러나 이름에 걸맞는 노란색으로 바뀌었고, 그 옆에 외로이 서있는 감나무는 이제는 잎사귀보다 빨간 감이 더 많이 달려있고, 호암관 앞 모과나무에 달린 싱싱했던 초록의 모과도 이제는 옅은 노란색을 띄며 은은한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물론 캠퍼스의 은행나무들은 작은 나무들부터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명륜당의 커다란 은행나무도 서서히 노랗게 변하고 있다. 계절이 지나는 것은 비단 자연뿐만 아니라 대성로를 장식하는 각종 플래카드들로부터도 느낄 수 있다. 각종 행사 안내며, 국가시험과 자격 시험 합격자에 대한 축하인사 등이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요즘은 취업과 관련한 내용들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대성로를 오르내리고 캠퍼스를 거닐면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이러한 계절의 변화만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더 눈여겨보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때론 분주하게 또 때로는 여유있게 캠퍼스 여기저기를 오고간다. 그런 학생들의 얼굴이나 표정을 눈여겨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까?
대학생활 4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다. 학생들 역시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매우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수업을 듣고 더 많은 과제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익숙지 않은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며, 수업과 별도로 졸업에 필요한 삼품제도 이수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을 위해서 다시 또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열심히, 또 바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바쁘게 사는가 하는 생각도 함께 한다. 혹여 수업과 취업공부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학생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대부분이 추구하는 것을 위해 일상의 틀에서 지내는 것은 아닐까?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 가급적이면 많은 것을 경험하였으면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가끔 질문을 한다. ‘익은 벼가 고개 숙인다’라는 말의 의미를 아느냐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너무 쉬운 질문에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답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다시 질문을 한다. 그 반대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그제야 학생들은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그것은 익지 않은 벼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아니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익지 않은 벼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햇볕도 더 많이 쬐어야 하고 드넓은 들판도 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비바람에 머리를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여름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 가을에 튼실한 알갱이를 맺을 수 있다. 익지도 않았으면서 비바람이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되었을 때 그 벼는 쭉정이에 불과할 것이다. 가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대학생활은 경험과 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당장의 수업과 취업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위한 투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후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급적이면 더 많은 경험을 할 것을 권한다. 동아리 등 친구나 선후배들과의 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활동이나 관람도 하기 바라며, 각종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고, 때론 잠깐이라도 교수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직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최근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학생활 경험 속에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대학생활에 대하여 끊임없이 반추하는 노력을 하였으면 한다. 계절이 지나가듯 대학생활은 그냥 그렇게 보낼 일이 아니다. 여러분의 대학생활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