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유학동양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금 경영학계와 각 기업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창의력이다. 과거의 생산방식은 각 기능공들이 생산한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짜여있었다. 그러한 생산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기능공이다. 하나의 부품에라도 하자가 있으면 완성품 전체가 불량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공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하나의 부품 생산에 평생을 쏟아 붓는 일에 적합한 사람으로는 일본인을 따를 사람이 없다. 과거 일본의 생산품이 우수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방식이 달라졌다. 사람 대신 로봇이 부품생산을 한다. 로봇의 작업은 숙련된 기능공보다 더 정확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기능공은 예전의 기능공처럼 중요하지 않다.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생산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을 발휘한 독창적인 상품개발 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오늘날 창의력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의력이란 본마음에서 오는 마음능력이다. 사람의 본마음은 마음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본래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모두에게 하나로 연결돼 있는 한마음이다. 나에게 있는 본마음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본마음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지상에서 자라고 있는 대나무들이 지하에서 하나의 뿌리로 연결돼 있는 것과도 같고, 다른 샘의 물이 하나의 지하수로 연결돼 있는 것과도 같다. 그 한마음은 하나마음이고 하나님마음이며, 천심(天心)이다. 말하자면, 나에게 있는 본마음이 바로 하늘의 마음인 것이다. 하늘은 잠시도 쉬지 않고 나에게 삶으로 나아가도록 지시하는데, 그 지시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바로 창의력이다.
밥을 먹을 때가 되면 하늘은 나에게 ‘밥 먹어라’고 지시한다. 그 지시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듣는다. 배고픈 느낌이 드는 것은 ‘밥 먹어라’는 하늘의 지시이다. 피곤한 느낌이 드는 것은 ‘쉬어라’는 하늘의 지시이고, 잠이 오는 것은 ‘자라’는 하늘의 지시이다. 그렇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담배를 피우라’는 하늘의 지시가 아니다. 그것은 중독에서 오는 착각이다. 이를 분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위험한 곳에 있을 때는 하늘이 거기를 피하라고 지시하기 때문에, 있기 싫은 느낌이 들기 마련이고, 그 느낌에 따라 거기를 피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은 느낌이 둔감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느낌이 둔감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밥을 먹을 때가 되어도 고스톱을 치고 있으면 배고픔을 모른다. 돈을 잃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것은 돈을 따고 싶은 욕심이 생겨 하늘의 지시를 가로막기 때문에, 느낌이 둔감해진다. 내가 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일이 난관에 부딪치면 하늘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지시해 주지만, 욕심 때문에 느낌이 둔감해진 사람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창의력이 약화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욕심을 없애기만 하면, 느낌이 다시 왕성해져서 하늘이 지시해주는 해결책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창의력이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해서 창의력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이란 욕심이 없어질 때 저절로 찾아오는 마음의 능력이다. 욕심을 없애는 노력을 가장 많이 했을 때가 세종대왕 때였다. 그 때가 우리들에게 창의력이 가장 왕성했던 때였다.
공부에는 욕심을 채우기 위한 공부가 있고, 욕심을 비우기 위한 공부가 있다. 욕심을 비우는 공부 중의 하나가 유학이고, 유학을 교시로 삼고 가르치는 학교가 성균관대학교이다. 그러므로 성균관대학교는 창의력이 왕성한 학생들을 길러내는 상아탑이 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갈수록 더 빛날 것이다.

▲ 이기동 유학동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