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음...모르겠는데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영화를 왜 좋아하세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대한 이화시네마떼끄 네 운영위원들의 대답이다. 사실 위 질문은 영화를 좋아해서 모인 자치 공동체 시떼에 취재를 가게 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었다. 왜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하고 물으면 꽤나 ‘멋있는’ 이유, 이를테면 영화에는 삶의 철학이 담겨 있으니까요, 화려한 이미지와 액션이 절 소름 끼치게 해요 등의 대답을 기대 한 듯싶다. 하지만 그녀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당황했다. 왜 이리 어려운 질문을 하느냐고. 사실 처음엔 스스로 꽤나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시원찮은 대답을 해 주지 못하시니, 아쉬웠다. 그리고 의아했다.
민망하지만 꼭 멘트 처리해 쓰고 싶었던 부분이라 답을 얻어 보려 매달려봤다. “그래도 영화가 어떠 어떠한 면에서 좋다, 이런 건 있으시잖아요~” 나의 구차한 질문에 운영위원들이 대답했다. “너무 당연한 거 같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사실, 어떻게 영화를 안 좋아할 수가 있죠?”
어, 이런.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사실 나는 평소에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너도나도 안 본 사람 없다는 유행작도 굳이 ‘봐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다. 이러니 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 “음..”이라고 시간을 벌며 생각했다. 결국, 고심 끝에 “저는 영화를 평소에 자주 챙겨보는 편은 아니라서요..하하” 약간 의아해하는 운영위원들의 표정을 보며 알았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딨겠나. 영화, 미술 작품부터 소설이나 TV 프로그램, 혹은 어떤 장소나 어떤 사람. 이러 이러한 면에서 좋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그것을 제외한 다른 면은 ‘좋다’에 꼽히지 못했다는 슬픈 사실을 반증한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들의 이유 없는 그 ‘좋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