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형 편집장 (xogud246@skkuw.com)

     
 
“관심 없어”
경희대에 다니는 필자의 동생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최근 경희대에서는 일방적인 등록금 3.7% 인상 고지로 논란이 일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거부하고 장외 투쟁을 진행하는 사실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자 “알리지 않는데 어떻게 아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막연하게만 느꼈던 총학생회와 ‘일반 학생’ 간의 거리가 보이는 듯 했다.
2011년은 등록금 부담을 견디다 못한 대학생들의 분노가 표출된 한 해였다. 2000년대 초부터 연평균 6% 넘게 인상돼 온 등록금은 그들에게 ‘살인적’이었다. △경희대 △고려대 △인하대에서 등록금 인상 철회를 위한 전체학생총회가 열리는가 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집단 휴업이 시도됐다. 같은 해 6월 10일에는 ‘반값 등록금 국민촛불대회’가 열려 3만 명의 시민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값등록금을 외쳤다. 당시 등록금 투쟁의 열기는 뜨거웠고 이는 정치인들에게도 전달돼 공약으로 이어졌다. 2012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반값등록금 관련 공약을 내걸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금도 관련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리는지는 의문이다.
대학에서 매년 초 이뤄지는 등록금 협상은 총학생회의 연례행사 정도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6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위원회 끝에 학부 동결 및 대학원 3.5% 인상(인문·사회계열 3.0%)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동안의 등록금 인하 분위기를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그러나 이것을 총학생회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등록금심의위원회 기간 동안 일반 학우들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자보는 물론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진행 결과를 묻는 학우도 없었다. 협상 결과를 알리는 인사캠 총학생회의 게시글에는 좋아요 11개만이 달렸을 뿐이다. 뒤에서 응원하고 때로는 질책해줄 수 있는 존재가 없는데 학생 대표 측이 ‘숫자’ 이외에 인하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학교 측이 제공하는 회계 자료로 비전문가인 학생들이 협상을 이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다. 학생회에게 이 ‘외로운 투쟁’을 요구할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게 된 데에는 등록금 인하 운동에 대한 대학생 인식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1년의 등록금 열풍은 의식주와 같은 순수한 생활 측면에서의 문제의식이 발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다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후 등록금 문제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각기 다른 등록금 정책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등록금은 정치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여전히 생활의 문제, 나아가 생존의 문제다. 여러분의 가정이 소득분위 9, 10분위에 속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집안에서 대학생이 2명 이상인 경우 부모님은 등록금 걱정에 매학기 한 숨을 내쉴 것이다.
2011년의 열풍은 ‘당사자 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때문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적’이다. 하지만 그 기반에는 각자의 생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한 학생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안녕들’ 열풍은 새로운 ‘생활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안녕치 못함을 얘기했고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의 흐름이 됐고 사회를 흔들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최근 게시한 동영상에 나온 말이다.
“나는 좋은 딸이고 싶었습니다”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아빠의 축 처진 어깨에 나는 다시 못난 딸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