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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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류인플루엔자(이하 조류독감)의 발생으로 축산업계가 연일 비상이다. 이번 조류독감 사태는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의 씨 오리농장에서 들어온 신고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과거 △03년 12월 △06년 11월 △08년 4월 △10년 12월 4차례 조류독감이 발생한 적이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조류독감이 확인되면 가금류 수출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냉동닭고기와 신선계란의 수출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정부에서는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 *스탠드 스틸을 발령하고 방역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의 빠른 확산이 이미 예견된 일이라 말한다. 바로 생산성 극대화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가축들의 면역력을 약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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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밀집 사육시설, 조류독감 확산으로
그 동안 전 세계 축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식 밀집 사육시설?(이하 밀집사육시설)을 발전시켜왔다. 대표적인 예로, 닭 사육이 대량화되면서 1930년 밀턴 아른트에 의해 ?배터리 케이지?가 고안됐다. 배터리 케이지란 가로·세로 30cm의 좁은 사육 철창이다. 이곳에선 닭 한 마리당 사육 공간이 0.3㎡가 채 안 된다. 2014년 현재 전 세계의 알들의 60% 이상은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한 사육구조에서 생산된다.
이런 밀집 사육시설은 닭의 위계질서 형성을 방해한다. 닭은 쪼기 서열을 통해 그들만의 질서를 확립한다. 그러나 100마리 이상의 닭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을 때 그들은 위계질서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결과 수천, 수만 마리의 닭들이 사육되는 밀집 시설 안에선 그들이 쉴 새 없이 서로 쪼고 물어뜯는 것이다.
닭들은 밀집 사육시설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된다. KBS <환경스페셜>에서는 동물 스트레스 실험의 국제 표준인 ELISA 반응법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사육된 닭은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이 거의 나오지 않은 반면, 자연 농업 닭은 아홉 배 더 분비됐다. 결국 밀집 사육 닭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조류독감과 같은 질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을 담보로 강제되는 털갈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축산업자들은 관행적으로 비인도적 채란을 시행해왔다. 이른바 ‘강제 털갈이’가 그 예다. 강제 털갈이란 닭을 굶겨 알을 많이 낳게 하는 방법이다. 닭을 열흘 이상 굶기면 목이나 날개 밑 깃털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빠진다. 산란율이 80% 이하로 떨어질 정도가 되면 생체리듬이 바뀌어 다시 깃털이 나기 시작한다. 이때 깃털이 다 나면 산란율이 급격히 높아지며 달걀의 품질이 좋아진다. 그러나 만 마리당 3~400마리가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 나간다.

동물복지 향한 전 세계적 움직임
최근 유럽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는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2012년 회원국을 대상으로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지난 ‘한-EU FTA’에서도 산란계 동물복지가 주요의제로 채택됐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것은 정부가 동물의 본래 습성을 유지시키며 사육하는 농장을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민간단체나 생산단체에 의해 자발적으로 인증제도가 운영된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외국시장만큼 소비자들의 수요와 관심이 높지 않아,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직접 운영하게 됐다.

우리나라 아직 걸음마 단계, 정부와 소비자의 더 높은 의식 수준 필요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밀집 사육시설과 비인도적 채란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정책과 소비자들의 관심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동물복지 축산 농장의 고유성을 적극 홍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직불금 제도’를 도입해 인증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 제도상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등록돼도 추가적인 혜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관심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 전중환 박사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의 의식이다”며 “동물복지 농장의 축산물 거래시장이 활발해지면 사육환경은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과 소비자들의 행동에서 더 높은 의식 수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스탠드 스틸=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와 축산 관계자, 축산 차량의 이동을 일시 정지하는 조치.
◆직불금 제도=정부가 농가의 손실을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는 제도.

▲ ⓒ농림수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