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지난해 우리 학교 농구부(감독 김상준)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대학농구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전패로 대회를 마감한 것이다. 팀의 주장이자 주전 센터인 김만종(스포츠11) 학우가 부상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저조한 성적이었다. 이에 잠잠했던 농구부 해체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학교 농구부는 이미 2012년에 해체설로 큰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조성태 전임 감독이 지난해 8월 계약만료로 지휘봉을 놓으면서 농구부는 선장 없이 남은 2013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지난달 3일, 농구부는 마침내 5개월간의 표류를 마치고 김상준 감독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 김상준 감독. / 김은솔 기자 eunsol_kim@

김 감독은 중앙대를 이끌고 대학리그를 한 차례 평정한 바 있다. 2006년 부임 이후 2008년까지 52연승을 달리더니, 2010년에는 25경기 전승으로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52연승의 마지막 희생자가 우리 학교였다.
김 감독이 지향하는 농구는 ‘풀코트 프레스’를 바탕으로 한 ‘런앤건’ 농구다. 풀코트 프레스는 공격-수비 전환 시 상대 코트에서부터 강한 압박 수비를 구사하는 것이다. 런앤건은 달리고 쏜다는 해석처럼 공격권을 얻자마자 속공을 전개하는 전술이다. 두 가지 모두 선수들에게 상당한 체력과 속도를 요구한다. 중앙대 시절에도 이 전술로 효과를 본 김 감독은 “아직 젊어 체력이 넘치는 대학생들에게 제일 알맞은 전술”이라며 우리 학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선수들을 육성할 것을 시사했다.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만큼 농구부는 매일 오전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농구부 선수들이 김 감독의 전술을 소화할 능력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그가 국내프로농구 삼성 감독직에서 부진했을 때, 선수들과 전술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나이가 많은 삼성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감독 재임 시절 중앙대에는 지금 국내프로농구 무대와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선형, 오세근 등이 버티고 있었다. 선수들이 실력도 출중하고 체력적으로도 우수했기에 무리 없이 전술을 소화해냈다. 이에 대해 김 감독 역시 “우리 학교 농구부 선수들이 기술적인 부분과 운동량 모두 당시 중앙대 선수들과 비교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여기에는 농구부가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한몫 했다. 홍성헌 코치는 “우리 학교는 모든 운동부가 공개전형 방식으로 선수를 뽑는다”며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연고대나 중앙대가 스카우트한 후 남는 선수 중에 뽑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농구부는 김만종 학우를 비롯해 배재광, 송정현 등 주전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팀의 골밑을 든든하게 맡아주는 김 학우는 지난해 3월 대회 도중 입은 부상으로 아직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따라와 주고 있기에 곧 전술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당장 오는 20일부터 진행될 MBC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자세다. 자칫 눈앞의 성적에 욕심내다가는 1년 농사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계훈련기간 동안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우선 운동량부터 늘리고 있다. 가드를 맡는 팀 내 최고참 송정현(스포츠11) 학우는 “운동량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모두 즐겁게 임하고 있다”며 달라진 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팀 대신 최근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우리 학교로 온, 어떻게 보면 의외일 수 있는 그의 선택은 도전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위권 팀의 성적을 끌어올려 내 능력을 알아보고 싶다”고 다짐하는 김 감독은 해체설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농구부를 하나로 단결시켜 줄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인다. “당장 1승보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끈끈한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며 우승이라는 빤한 대답보다 팀 정신을 강조하는 수장의 모습에 벌써 농구부의 화려한 비상이 기대된다.

▲ 우리 학교 농구부 선수들이 맨투맨 디펜스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 김은솔 기자 eunsol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