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가명)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개강 후 바쁜 날을 보내다 햇볕의 따스함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봄의 품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랑에 빠진 우리들이 있다. 나는 며칠 전 동아리 모임에서 만난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남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예쁘냐고? 내가 볼 땐 예뻐. 아이유 닮았어. 학교는 ㅇㅇ여대! 키는 165 정도 되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훈훈하게 생긴 것 같아. 학교는.. 아! 키는 적당해. 평균이야!”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연애 얘기를 할 때엔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혹여 앞뒤가 맞지 않을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지칠 때도 있다. 나의 연애 얘기에 거짓말이 필요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가 내 친구들에겐 “그”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짓말로 얼룩진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연애에 서툰 불도저스타일의 여자가 돼 있다. 카톡도 먼저 데이트신청도 먼저 심지어 고백까지 먼저 하겠다고 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그런 여자는 매력 없다고 여자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나의 그녀가 그런 ‘기다리는 여자’이기에 내가 들이대야 한다는 얘기를 나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아마 성소수자에게 있어 가장 크고 많이 맞닥뜨리는 고민은 커밍아웃일 것이다. 성소수자는 커밍아웃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할까? 당신은 누군가에게 커밍아웃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쿨하게 ‘내 애인 여자(남자)야. ’ 라고 말할 수 있는 성소수자들이 있는 반면 손을 덜덜 떨며 당신이 혹여 호모포비아는 아닐지 눈치를 살피고 소문이 퍼지는 날에 내 대학인생은 끝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나 사실 여자(남자) 좋아해’ 라고 말하는 성소수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들은 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커밍아웃을 하려 할까? 앞서 말했듯 친한 친구에게 가면을 쓰고 거짓을 이야기 하는 것이 벽이 세워진 것처럼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도 사랑하는 그/그녀를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얼마나 멋지고 예쁜 사람인지 자랑하고 싶다. 왜 자꾸 소개팅을 거절하느냐며 평소에 꾸미고 다니면 너도 연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사실 애인이 있고 나도 애인 만나러 갈 때는 꾸미고 가고 있으니 내 연애 걱정 할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애인 사진 좀 보여 달라고 하는 친구에게 애인이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고 그만 변명하고 싶다.
혹여 누군가 당신에게 커밍아웃한다면 이것만 알아두길 바란다. 그가 당신을 절실히 믿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을 하기 위해 많은 생각과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여친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