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학과 김영섭(건축공학70) 교수

기자명 조희준 기자 (choking777@skkuw.com)
▲ 김영섭(건축공학70) 교수가 설계한 인사캠 경영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서가를 본뜬 우리 학교 인사캠 경영관. 단순한 형태로 주위 건물들을 아우른다. 외벽은 한국 최초로 *오픈 조인트 공법을 이용해 외벽청소를 하지 않아도 때가 끼지 않는다. 글라스윈도를 이용해 층계 깊숙이까지 햇볕으로 채운 경영관은 우리 학교 동문이 설계했다. 바로 우리 학교 건축학과 김영섭(건축공학70) 교수다.
김 교수는 2003년 호주 이미지 사의 ‘세계 100대 마스터 아키텍트 전집’ 시리즈에 53번째 작가로 선정됐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가인 그도 원래부터 건축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법대생이었던 그는 사회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3선 개헌 반대운동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한 달 동안 갇혀있다 풀려난 후 절에 숨었다. “절의 수행도량은 정말 어수선하지만 텅 빈 방보다 수행에 있어 더 좋은 공간”이며 “건축이 인간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 그는 1970년 우리 학교 건축공학과의 1회 입학생이 됐다.
'한 우물만 깊게 파라'는 사람들의 말에 김 교수는 “깊게 파려면 먼저 넓게 파야 한다”고 응수한다. 일례로 그는 건축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소양도 그에 못지않다. 어린 시절부터 하루 종일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었던 그는 자연스레 음악을 즐기게 됐다. 우리 학교 중앙 클래식 기타 동아리 성음회도 그가 만들었다. 그의 자택 지하를 가득 채운 2만 장의 레코드판은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준다. 예술사에 대한 교양도 높아 라디오에서 클래식 해설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 레코드판 표지 미술사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그의 이러한 예술적 소양은 명동성당 보수 때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다.
그의 건축철학은 생각으로 짓는다는 뜻의 ‘조영(造營)’으로 대표된다. 김 교수는 기술보다 그 속에 담긴 생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서울에 있는 인사캠에서 수업한다. 문화 탐험을 하지 않고는 건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공대에서 가만히 앉아 설계 실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뮤지션도 만나고 음악회도 다니고 빈민촌도 가봐야 한다”며 “그 속에서 공공디자인의 살아있는 정보를 접해 건축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기술 위주의 건축교육 혁신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600주년기념관 설계에 대한 일화 역시 그의 건축철학을 보여준다. 1995년 600주년기념관 설계에서 김 교수는 1등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학교에선 건물이 궁궐을 바라보는 서향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내가 이 학교 출신인데 그렇게는 못하오. 포기하겠소.” 볕이 너무 많이 들어 생활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고집을 가진 그는 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에서 규제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독서는 과거를 확인시켜주고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것”이라며 “독서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이 1년 남은 그는 내년 7월이면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현장으로 돌아간다. 강단에서 내려올 날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건축가로서 남은 그의 앞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픈조인트=용접에서 용접하는 모재(母材)와 모재 사이를 맞붙이지 않고 틈새를 두고 접합하는 용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