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대학특성화 사업과 대학평가 사업을 두 축으로 하고 있으며,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려면 정원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특성화 사업에서 탈락하면 재정지원도 못 받고 정원 감축이 강제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통폐합, 교과 과정 개편 등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과 교수,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학평가 사업을 3년마다 실시하면서 대학 정원을 3년 주기로 4만, 5만, 7만씩 감축해 2020년까지는 40만까지 낮추겠다고 한다. 낮아진 출산율로 대학 정원이 현재처럼 56만 명이 유지된다면 4, 5년 후에는 400여 개 대학의 절반 이상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대입 정원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심사해서 대학을 폐교시킨다거나 정원을 줄이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성과 지표에 순위를 매겨서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하고 퇴출하는 현재의 방법은 대학 교육의 가치, 목적, 내용, 정책 등을 훼손하고 왜곡시킬 수 있다. 이는 20%에 달하는 취업률 반영비율 때문에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문예창작과 연극과 등을 폐과하려는 서일대학교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 예술 교육 대학 통폐합 움직임에 관계자들이 반발하자 교육부는 ‘인문계와 예체능계에 대한 취업률 적용 철폐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후 접했던 ‘전문대는 예술계라도 취업률 적용에 예외가 없다’는 교육부 당국자의 발언은 정부의 인력정책 실패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면서 취업률로 대학교육의 가치를 평가하고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평가를 받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어떤 조직이든 혁신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경영 합리화와 효율성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교육기관인 대학의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기관들에서 취업률을 지표를 삼는 곳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학 정책이 글로벌 표준을 지향한다면 취업률 지표는 인문, 예술대학에서뿐 아니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옳다.
또한 정부 주도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경쟁을 통한 퇴출방식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소통을 통한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개혁을 방해한다. 대학들이 상호 경쟁의 도가니 속으로 밀려들어 가는 과정에서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교수의 교권과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를 받는다. 대학 교육의 의미가 훼손되는 구조개혁은 한 나라의 교육 체계에서 고등교육이 담당하는 사회적 건전성 유지 기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이것이 국제적 대학평가 기관이 취업률을 지표로 삼지 않는 이유다.
대학 교육의 선진화가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이 훼손되지 않고 교육의 질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는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독립적인 평가 기구 설립과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으로 공정한 평가를 함으로써 대학 간의 과잉경쟁 대신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각 대학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학생 충원, 교수, 재정 상태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수와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서도 최근 고분자공학과와 화학공학부의 통폐합이 교무위원회에서 심의됐다고 한다. 우리 학교가 보다 성숙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특성화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폐합이 불가피하더라도 구성원들의 논의와 여론 수렴, 동의 절차 등을 확실하고 충분하게 거쳐야 한다. 흡수되는 입장인 고분자공학과의 교수, 학생들과의 논의가 충분하게 이뤄졌는지, 이들의 의견이 충분하게 반영됐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일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 우리 학교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장기적으로는 우리대학의 자발적 선진화에 추동력을 더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