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자료 : 토닥토닥협동조합

청년 채무자 2만 시대. 과연 무엇이 청춘을 파산으로 이끄는 것일까.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토토협과 금융정의연대(이하 금정연), 에듀머니 등 금융 관련 시민단체 세 곳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빚이 있는 청년들 807명에 대한 ‘청년부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신용카드 결제금도 빚으로 간주했으며 서울 지역에 거주, 혹은 근무하는 35세 미만의 미혼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부채 보유 정도 △소득 수준 △직업 종류 △연체 정보 등의 질문을 담은 이 조사는 청년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부채 발생과 악성화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진행됐다. 
 
연체는 연체를 낳고…
채무자 절반이 2회 이상 연체

이 설문조사에서는 청춘 파산의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읽힌다. 먼저 보이는 것은 빚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설문 대상이 됐던 전체 청년 채무자 중 절반이 과거 연체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연체 경험자 4명 중 1명은 5회 이상 연체를 경험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부채의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청년 채무자들의 채무 악성화 경향을 잘 나타내는 것이 신용카드 소유 여부다. ‘청년부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이하 결과보고서)’에서는 현재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응답자 중 과거 연체 경험이 있는 133명을 ‘신용차단 추정 응답자’로 상정했다. 연체 경험때문에 강제적인 신용차단 상태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신용차단 추정 응답자 두 명 중 한 명은 현재까지도 연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등록금, 주거비 때문에…
‘밑지는 장사’ 시작하는 청춘

청년들의 최초 채무를 이끌어내는 요소는 사회 곳곳에 산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등록금이다. 신용차단 추정 응답자 52.7%는 대출용도로 학자금을 꼽았으며, 가장 많이 이용한 대출기관 역시 한국장학재단(62.4%)이었다. 신용차단 추정 응답자 중 27.8%가 천만 원 이상의 고액 채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로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되는 상황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높은 주거비도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다. 청년 주거권 운동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권지웅 대표는 “교육, 취업 등의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서울에 올라오는데, 그 필수 항목인 주거가 보통 청년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높다”며 “월세 50만 원을 감당하려 해도 한 달에 10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데 부모님에게 보증금이라도 받지 못하면 꼼짝없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사회 전반의 부실한 복지체계가 청년 부채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승희 교수는 북유럽 국가의 경우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미흡한 사회 복지 제도가 청년 채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부담이 거의 없고, 대학생과 신혼부부에게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북유럽에서는 애초에 청년들이 빚을 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취약한 노동 복지 역시 청년들의 부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총괄국장은 “20대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고비용 구조를 스스로 해소할 만큼 청년들의 임금소득이 높지 못하다”며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상태가 청년들의 부채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연체 경험자 4명 중 1명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이었으며, 현재 연체자의 90%는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이었다. 저임금뿐 아니라 고용안정성도 채무 악성화에 영향을 끼쳤다. 현재 연체자들의 정규직 종사자 비율은 22%에 불과했고 60% 이상은 소득이 없거나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에 종사하고 있었다. 나아가 전체 응답자 5명 중 1명은 연체 상태에 놓여있었는데, 이들 중 40%에 해당하는 54명의 직업은 아르바이트 및 계약직이었다.
이처럼 청년 부채문제에는 사회 전반의 복지문제가 걸쳐 있었다. 박 교수는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올무’에 비유했다. “한 번 빚지게 되면 벗어 날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무를 치우지 않고, 그걸 지혜롭게 풀고 나오라고 가르친다고 해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것이다. 청년 부채 문제의 원인은 다름 아닌 청년들의 앞길에 버젓이 놓인 ‘빚 없이 살 수 없는 사회구조’라는 이름의 올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