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어디에나 있고 청춘은 아무데도 없다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청춘 파산’.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 됐다.
지난 3월, 우리 학교 우리 학교 동문 김의경(국문00) 작가의 데뷔작 ‘청춘 파산’이 출간됐다. 작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수상작인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리바이터’였다. 단기 알바를 전전하던 ‘인주’는 날마다 봉고차를 타고 상가수첩을 돌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인주를 따라 서울 곳곳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다. 빚더미에 쫓겨 내려놓았던 인연과 구구절절한 알바 경험담이 주제다. ‘2014년 알바생 구보 씨의 일일’이라는 심사평에 걸맞은 구성이다.
인주가 각종 알바를 섭렵하게 된 데엔 경제적인 배경이 있다. 집안 사정으로 빚을 진 인주는 20대를 내내 신용불량자로 보냈다. 서른이 넘은 지금 역시 질기게 따라붙는 수많은 채권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안정적인 거주지도, 일자리도 없이 떠도는 인주는 제대로 된 꿈을 꿀 수도, 장기적인 희망을 품어볼 수도 없는 처지다.
빚으로 인한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알바를 전전하는 인주의 이야기는 비단 소설에만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주와 같이 채권자들에게 시달리지 않더라도 학자금 대출, 가정 상황 등으로 사회 첫걸음을 빚과 함께 시작하는 청춘이 적지 않다. 2012년 김기식 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20~28세 청년 대출 현황’ 자료에서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청년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진 빚은 1061억 원으로 1인당 평균 540만 원가량이었다.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어딜 가나 널려 있었다.” 날마다 찾아오는 채권자들, 수없이 날아온 빚 독촉 문자와 메일, 미행을 피해 고시원을 전전하며 가발을 쓰고 채권자들을 따돌려야했던 인주의 이야기는 바로 작가 본인의 경험이다. 김 작가는 수많은 알바를 거치며 이런 체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는 고시원 총무, 데생 모델, 방청객, 위장 손님, 커피 시음, 영어 시험 감독 등 셀 수 없이 많은 알바를 하며 청춘들과 만났다. 이들은 △‘꿈을 위해’ 시험 문제를 불법 유출해 판매하고 △연예계 진출을 꿈꾸며 최저시급에 막말을 듣는 엑스트라 역에 혼신을 담아내며 △얼마인지도 모를 ‘개근 수당’을 받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가수첩을 악착같이 돌렸다. 교묘한 세상의 논리 속에, 피어나기도 전에 무너져 내리는 청춘의 모습이었다. 
이번 기획에서는 ‘청춘 파산’의 현상과 원인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탐구했다. 청년 채무자 대담을 통해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청춘의 단면을 살펴보고, 전문가에게 단기적인 대책 및 올바른 채무 관리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와 함께 청년들의 채무 악성화 경로를 짚어보면서 이를 막기 위한 해결책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