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문평 기자 (arch_eliot@skkuw.com)

▲ 이선기(사복12) 학우가 문화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지난 19일 오후 7시, ‘제23주기 김귀정 열사 추모제 맞이 학내 문화제-말하는 도서관(이하 문화제)’이 김귀정 생활도서관(이하 생도) 주최로 인사캠 노천극장에서 열렸다.
김귀정 열사 묘소에서의 추모제만 진행됐던 예년과 달리 학내에서의 문화제가 별도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채민지(정외11) 생도관장은 “사라졌던 학내 문화제를 부활시킴으로써 더 많은 학우들에게 김귀정 열사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배 열사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이번 문화제에서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공연이 펼쳐졌다. 인사캠뿐만 아니라 자과캠의 문예패도 참여해 민중가요에 맞춘 율동과 노래를 선보이는 등 흥겨움을 더했다. 당시의 민주화 운동과 김귀정 열사의 운구 행렬을 담은 추모 영상도 소개됐다. 김귀정 열사는 1991년 민주화 투쟁 중에 군경의 진압으로 희생됐다. 하지만 학내 진입을 둘러싼 학교와의 갈등 때문에 많은 학우가 함께 운구했던 열사의 시신은 끝내 정문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결국, 후문을 통해 시신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지만, 학우들의 도움으로 학내에서의 장례식과 추모 행사가 치러질 수 있었다. “우리 귀정이를 열렬히 사랑해주시고 장사까지 치를 수 있게 해주신 학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귀정 열사 어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민주화를 위해 투신한 열사의 정신은 오늘날 학생 자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행사 간 진행된 여러 코너가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학생자치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 것이다. 추모공연에 참가한 한상호(철학07) 학우는 자작곡 ‘절룩거리네’를 통해 학생자치와 사회에 대한 무관심 문제를 노래했다. 새내기를 비롯한 재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추모 행사의 의미와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사회복지학과 이선기(사복12) 학생회장은 “수많은 희생을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상식이 통하는 대학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편 현재 김귀정 열사 추모 행사는 매년 자금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생도는 세칙상 특별자치기구지만 학내 각 단위와 총학생회 외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장이 추모제의 제주(祭主)로서 적극적 역할을 맡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대부분이 소극적이라는 점 또한 생도 측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제23주기 추모제를 무사히 마무리한 채 관장은 “추모 행사가 단순히 슬픔의 차원이 아닌, 지금의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점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학우의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