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 인터뷰

기자명 이다빈 기자 (dabin2e@daum.net)

▲ 우리 학교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가 '우주선 관측 장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

천체물리학계의 불모지라 불릴 만한 우리나라에서 천체물리학에 발을 담근 계기가 있나.
대학교에선 가속기를 이용한 물리, 입자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야 천체 쪽으로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두 학문은 서로 사촌지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체물리학에서 중요한 △감마선폭발 △빅뱅 △초기우주 같은 현상들은 모두 입자물리학과 관련이 있어 자연스럽게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사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대학생이어서 대학원 공부가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목표가 있다는 것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목표가 생기니 열정이 생기고, 몰입이 뒤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해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 자부할 수 있다. 그때 나는 이미 천체물리학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연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이러한 결과들이 당연히 한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나도 많은 실패를 겪었고,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시행착오에 기반을 둔 과거의 연구들이 점점 축적되며 상황은 진전됐다. 현재는 모든 연구가 성과를 거둬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30여 년 전의 나와 같이, 열정으로 가득한 대학원생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연구 과정에 어려운 점은 많았지만 어쩌면 대학 연구소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특히 감마선 폭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감마선 폭발은 신비로운 현상이다. 현재 감마선 폭발의 기원은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합쳐지며 일어난다는 것과 거대한 별이 갑자기 붕괴하며 일어난다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당연히 감마선 폭발의 초기 관측 정보가 필요하다. UFFO를 통해 감마선 폭발의 모태를 관측한다면 그 기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초기우주에 대한 연구도 감마선 폭발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지금 8분 전의 태양과 100만 년 전의 별을 보고 있다. 과거에 일어난 현상일수록 멀리서 보인다는 간단한 원리인데, 그만큼 ‘초기’우주를 보려면 우주의 ‘끝’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의 끝을 볼 수 있는 감마선 폭발, 천체 물리학자로서의 당연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천체물리학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우주의 비밀을 직접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손으로 파헤치고 싶다. 최초의 ‘1세대 별’도 감마선 폭발의 관측을 통해 직접 보고 싶다. 더 나아가 ‘빅뱅 직후 아무것도 없던 중성에서 어떻게 별이 만들어졌나’는 궁금증도 해결하고 싶다. 또 다른 욕심은 사건의 지평선에 관한 연구다. 사건의 지평선은 내부의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면으로, 블랙홀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외부에서 블랙홀로 들어가는 것은 자유롭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없다. 이론으로만 있을 뿐, 이를 관측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사건의 지평선을 직접 관측하면 상대론에 대해서도 무궁무진한 연구가 가능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국산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위성이 아닌 미국이나 러시아 위성을 통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여태껏 이론이 아닌 관측을 통해 천체물리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천체우주분야가 다른 IT나 나노분야에 비해서 각광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후배들을 비롯한 2세대들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에서 우주로 향하는 길은 열려야 한다. 지금처럼 우리나라의 이름을 걸고 우주로 나갈 기회가 없어서는 안 된다. 보다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도 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이 되는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