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알바를 하던 중이었다. 늘 그렇듯 인터넷을 보며 딴 짓을 하다 발견했다. ‘제주항공 신규노선 특가.’ 그 순간 방학의 무료함을 날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고 따뜻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친구와 그날 바로 표를 끊었다. 5박6일, 목적지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이안. 옷 한 벌 배낭 하나 메고 간 내 첫 자유여행이었다.
 비행기는 여러 번 타봤지만 아직 스스로의 계획에 의한, 자유로운 ‘여행다운 여행’은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여행을 즐기는 성격의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그 답을 얻기 위한 여행이었고, 목적은 120% 달성했다. 처음엔, 여행을 가면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패키지 여행에 몸만 담가왔던 나로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 패키지 여행은 버스를 타고 그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에 내려 처음 감탄하는 그 순간만이 여행이다. 버스 안에서 이동할 때나 한식당에서 다 같이 밥을 먹을 때, 온갖 나라의 명물이 돼버린 라텍스나 벌꿀 매장에서 홍보를 들을 땐 별로 여행 중이란 생각이 안 든다. 그러나 자유여행은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우리가 어딜 갈지, 어떻게 잘지, 뭘 먹을지 책과 인터넷을 뒤지는 그 순간순간이 설렌다. 하지만, 계획도 상상도 할 수 없으면서 가장 설레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매일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이다. 베트남 중부의 호이안은 형형색색의 등불이 빛나는 투본강이 있는, 아름다운 야경을 가진 마을이다. 우리는 거리에 반해 걷다가, 아이스크림 노점상의 말에 꾀어 한국 돈으로 천원 쯤 내고 아이스크림을 샀다. 나중에 누군가가 불러 돌아보니 베트남 남자 애들 셋이 와 우리가 백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천원 주고 샀다며 돈을 대신 돌려줬다! 아오자이를 입고 돌아다니는 외국인 여자애들이 신기했는지 그 애들은 다른 길거리 간식들도 사주고, 다음 날엔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 곳곳을 구경시켜줬다. 이 외에도 하롱베이 여행을 함께한 영국인 할아버지, 선상 파티에서 만난 다음 달이면 서강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온다는 네덜란드 언니 등 잊지 못할 만남들이 많았다. 한국인 관광객들과 어색하게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패키지 여행에선 상상조차 못했던 인연들이다.
 이번 여행으로 우리는 그동안 알바해서 번 돈을 거의 다 썼고, 다음 여행을 위해 또 기약 없이 일하게 됐다.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여행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한 치 고민도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단 일주일 만에, 나는 왜 사람들이 ‘일단 떠나라’고 하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이번 겨울,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느끼는 동기, 선배, 후배들에게, 오는 여름에는 ‘일단 떠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 송유경(국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