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떤 연인이 동물원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남성은 두 다리로 서 있지만, 여성은 뜻밖에도 유모차에 앉아있다. 이 특별한 연인은 이렇게 사랑하는 중이다. 그러나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을 그저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영화를 보기엔,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조제는 눈에 보이는 장애를 겪고 있는 것뿐, 우리도 누구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리고 차마 남에게 말하지 못했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조제의 삶을 바라보던 시선을 우리 각자의 이야기로 조금씩 옮기게 된다.
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사랑'이라는 개념은 우리 삶을 이끄는 중요한 가치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사랑이라는 가치는 저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흔든다. ‘호랑이’와 ‘물고기’, 이 둘은 영화 속에서 사랑이 얼마나 수줍게 꽃피기 시작하는지, 또 늘 그렇듯 어떻게 조용히 지고 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에 찍히는 방점들이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집 밖 세상은 모두 낯설고 마냥 신기한 조제에게 유일한 공포의 대상은 바로 호랑이였다. 하지만 그녀가 츠네오와 함께 처음 두 눈으로 공포 없이 호랑이를 마주 보던 장면에서, 우리는 삶에 힘이 되는 가장 큰 가치, 즉 사랑이 있으므로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사랑은 가장 찬란하게 만개한다.
그러나 꽃이 피면 다시 지듯, 사랑 역시 절정 이후엔 사그라지게 된다. 영화 후반부, 오랜 시간 걸려 도착한 수족관이 닫혀있자 조제는 츠네오 등에 업힌 채로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이런 잦은 상황에 지친 츠네오는 점차 웃음기를 잃게 된다. 어린아이 같은 조제만의 독특한 순수함이 현실과 만나면서 츠네오는 점점 이 사랑이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에서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있게 했던 그 취약한 부분들이 결국 사랑을 떠나게도 할 수 있음을 알 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스치듯 우연히 만나 서로의 삶을 흔들 만큼 사랑을 하면서 미성숙, 권태, 나약함, 무지, 비겁함과 같은 우리의 호랑이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결국엔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 각자의 조제를 떠나고, 또 우리가 조제가 되어 누군가를 떠나보낸다. 하지만 츠네오가 조제와 이별하고 돌아서는 그 길 한가운데에서 마치 조제를 토해내듯 몸조차 가누지 못한 채 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사랑이 한바탕 흔들고 지나간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우리는 성숙해지고 덜 취약해지는 것이리라.
밤바람도 풋내가 나는 봄이다. 뜨거운 여름 같았던, 또 시린 겨울 같았던 그때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조제에게, 새롭고 따스한 봄이 되길.
 
▲ 민소라(행정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