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 JTBC <뉴스룸> 사회부 기자 김관(영문 01) 동문

기자명 박범준 기자 (magic6609@skkuw.com)

 

▲ JTBC <뉴스룸> 사회부 기자 김관(영문 01) 동문. /안상훈 기자 tkd0181@skkuw.com

“진도 팽목항 연결합니다. 김관 기자!” “네. 팽목항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관 기자는 진도 팽목항을 지켰다.
팽목항에 나가 있는 그의 피부는 바닷바람에 거칠어졌고, 얼굴엔 수염이 약간 거뭇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분명히 살아있었다.
진실만을 정확히 보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눈빛이었다. JTBC <뉴스룸> 사회부 기자 김관(영문 01) 동문을 만났다.
 
기자는 ‘남 얘기하는 직업’
김 동문은 대학 입학 전까지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전형적인 한국형 교육제도의 틀’에 갇힌 착실한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이 된 후부터 밖으로 겉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학의 전근대적인 수업방식 때문이었다. “학교 안에서 재미를 못 찾으니까 학교 밖에서 재미를 찾기 시작했어요. 동아일보 인턴기자부터 영화제 스태프, 음악페스티벌 봉사활동까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했어요. 한마디로 영문과의 전형적인 공부벌레 캐릭터와는 굉장한 거리가 있었어요. 수업도 잘 안 들어갔죠. 옷도 특이하게 입고 다녔어요. 레게머리도 하고.”
학교 수업에 흥미를 못 느낀 그의 학점은 바닥이었고 과 친구나 선·후배도 거의 사귀지 못했다. 대신 그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나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고, 그들로부터 많이 배웠죠.” 대학 시절의 경험은 지금 그의 기자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후배들한테 저처럼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남들이 짜준 국토대장정을 가는 사람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할 거예요. 아니면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팔아보는 것도 좋고요. 왜냐면 기자는 내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남 얘기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거리에서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팔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노점상들의 고통을 더욱 잘 얘기할 수 있겠죠.”
 
방송기자는 2분짜리 단편영화 감독
다양한 경험을 하길 좋아하는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영화를 보는 것은 그가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이었다. “초등학교 때 꿈이 비디오가게 주인이었고 고등학교 때 꿈은 영화감독이었어요. 영화에 푹 빠져 사는 전형적인 헐리웃 키드였죠.” 그는 기자 생활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반드시 영화를 보려고 노력한다.
방송기자로써 전국의 뉴스거리를 찾아다니는 그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많이 보게 됐다. 그럴 때마다 영화와 삶의 경계는 무뎌졌다. 지난해 7월, 스무 살 대학생이 여자친구와 동거하던 중에 낳은 딸을 인터넷에서 60만 원에 팔아넘겨 경찰에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그 사건을 취재하면서 버려진 아이에 관한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또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성탄절을 앞두고 인기로봇 ‘티라노 킹’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을 취재할 때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아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 <솔드아웃>의 한 장면을 연상했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와 그가 제작하는 뉴스는 둘 다 현실을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작업이다. 그는 “방송기자는 흡사 2분짜리 단편영화 감독과 같다”고 말한다. 신문기자가 글로써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면, 방송기자는 영상과 소리로 시청자에게 사실을 전달한다. 어릴 때부터 영상과 소리에 민감한 감각을 길러온 그가 신문기자가 아닌 방송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간 보도
JTBC 보도국에 들어오기 전, 김 동문은 채널A에서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1월, 그는 JTBC로 이직했다. 당시 JTBC 앵커로 언론에 복귀한 손석희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그 첫 번째 이유였다. 그는 2008년 MBC <백분토론>에서 시민논객으로 활동하며 손석희를 처음 만났다. 당시 언론인지망생이었던 그는 <백분토론>을 진행하는 손석희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직의 동기는 ‘진실한 뉴스’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시 방영됐던 미국드라마 ‘뉴스룸’ 시즌 1을 보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나는 정말 저들처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뉴스를 만들고 있나?’ 이렇게 자기반성을 하다가 ‘JTBC 뉴스9’을 봤고 JTBC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그가 몸담게 된 JTBC 보도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간 뉴스’를 지향한다. 그들은 인터넷 포탈, SNS, 모바일을 통해서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는 단편적인 뉴스가 아닌 그 이상의 진실한 뉴스를 보여주고자 한다. 지난해 2월의 ‘염전 노예 사건 연속보도’는 그 대표적인 성과였다. 당시의 보도로 김 동문은 홍상지 기자와 함께 한국기자협회 주관의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보도자료에 매몰되지 않고 적극적인 취재를 통해 사회현상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한 걸음 더 들어가기로 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수십 발자국은 더 들어갈 법한 내용이 많았던 거죠. 그리고 그 수십 발자국이 의미 있는 취재를 끌어냈습니다.”
 
▲ 김 동문이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JTBC
방송기자로 산다는 것
지난해 4월, 진도 팽목항은 아비규환이었다. 김 동문은 팽목항에 상주하며 세월호 관련 보도를 했다. 참사 후 100일을 기점으로 팽목항에 있던 방송사들은 철수하기 시작했지만, 그가 속한 JTBC 세월호 취재팀은 철수하지 않고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켰다. “구조당국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도록 ‘왓치독(Watchdog)’ 역할을 했던 게 우리 취재팀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마저 철수해 팽목항 현지에 언론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면 실종자 가족분들께는 참 힘든 일이었겠죠.” 그 결과 그들은 그 진실성을 인정받아 지난 2월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현재 그는 JTBC ‘뉴스룸’의 고정코너인 ‘밀착카메라’를 진행하며 하루하루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재장소는 부산 서면, 인천 영종대교, 도심 속 하수관까지 매번 다르다. 그중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취재는 9호선 ‘지옥철’ 취재였다. 그날 저녁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데, 지하철 9호선이 ‘지옥철’로 변하는 시간은 오전 7시 반에서 8시 반 사이, 딱 한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현장을 포착하고 멘트를 생각해내야 했다. 그렇게 촬영을 끝마치고 정신없이 방송국에 돌아와서 영상을 편집하니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 있었다.
요즘 주말에 가족과 외식할 여유도 없다는 그. 그럼에도 그가 방송기자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의 보도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기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취재 중 하나는 ‘염전노예 사건 보도’다. JTBC 보도로 많은 염전노예가 구출됐고 염전노예들을 위한 다양한 후속대책이 마련됐다. “자신의 ‘발품팔이’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나아지고 잘못된 제도가 고쳐질 때 기자는 그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것이 그가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밀착’ 취재를 하는 이유다. 무척 힘들지만 결국은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 그에게 방송기자로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 도로함몰의 원인을 알기위해 김 동문이 촬영팀과 함께 하수관으로 내려가고 있다. /ⓒJTBC

▲ 9호선 ‘지옥철’ 취재를 위해 김 동문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