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 뮤지컬 배우 한지상(연기 03) 동문

기자명 최소현 (thonya@skkuw.com)

 

대극장 무대에서 화려한 뮤지컬을 선보이다가 드라마에 출연하여 브라운관에 진출하는가 싶더니 오는 10월에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까지 개봉한다. 10년 후의 자신을 홍보하는 문구로 ‘수식어가 필요없는’이 좋겠다는 그는, 이미 그의 이름 석 자 만으로도 충분한 믿고 보는 배우다.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한지상(연기 03) 동문을 만났다.

ⓒ (주)더프로액터스제공

 

 

천상 예술인
“처음에 실기는 엄두도 못 냈어요.” 대학 입학 전 한 동문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학생이었다. 남들 앞에서 연기를 선보일 자신이 없었기에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할 생각 역시 없었다. 대신 예술을 이론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기에 예술 그 자체를 다루는 학문인 미학과를 희망했다. 특히 예술을 학문으로서 파고든다는 점에서 오묘하고 신선한 매력을 느꼈다. 고등학생 시절 잠깐의 방황 탓에 성적이 떨어져 다른 전공을 목표로 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예술을 하고 싶었다. 극작가나 영화감독을 하고 싶어서 연출학과에 지원했던가 하면,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을 배우고자 국문학과에 원서를 넣기도 했다. 그러나 첫 입시에도 재수에도 대학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배수의 진을 치고 실기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예술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렬했기에 내릴 수 있던 결정이었다. “주위에서 미쳤다고들 했죠.” 누가 봐도 인문계 학생인 양 동그란 골뱅이 안경을 쓰고 다니던 그는 마지막 각오를 하고 실기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절실함에서 오는 처량할 만큼 원초적인 몸부림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때부터 인생이 바뀌었죠.”

학교를 향한 관심과 애정
어렵게 들어온 학교이니만큼 감사함이 컸지만 입학 당시였던 초창기의 연기예술학과는 여건이 그리 좋지 못했다. “아무래도 학과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죠. 하나뿐인 연습실을 돌아가며 사용해야 했어요. 이듬해에 4기가 들어오면서 저희 과도 드디어 네 개 학년이 꽉 채워졌는데도 여전히 연습실은 하나밖에 없었죠.” 당시 학과의 부학생회장이었던 한 동문은 사진을 찍고 의견을 모아 브리핑 자료를 준비했다. 학교에 연습실 부족 문제를 건의하기 위해서였다. 수선관 별관에 있는 널찍한 연습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생겨났다. 또한 그는 학과뿐 아니라 학교의 전반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학교 게시판에 현재 수원에 있는 자연과학캠퍼스를 서울로 옮겨야한다는 글을 남기는 한편, 성대신문에 도서관 철야개방이 필요하다는 여론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예술을 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한 곳이니만큼 학교는 감사의 대상이었고,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도 컸다.

성균관대에서 얻은 인연
현재 공연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비롯해 <대장금>, <서편제>, <더데빌>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함께해온 이지나 연출과는 학교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당시 이지나 연출은 연기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로 이지나 연출의 ‘연극연기실습’을 꼽았다. “선생님이 절 신선하게 보셨던 것 같아요. 엉뚱한 짓도 많이 했고, 있는 그대로 날 것의 연기를 했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솔직함 하나는 자신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한편으론 말을 너무 안 들어서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다. “연기에 앞서 태도적인 부분에서 꾸중을 많이 들었어요. 수업 전에 충분한 암기와 연습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으니 불호령이 떨어졌죠. 아마 저 때문에 많이 속상하셨을 거예요.” 사제지간의 인연은 사회에서도 이어졌다.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이지나 연출이 뮤지컬 <그리스>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운 게 연극이었던지라 뮤지컬은 별로 생각에 없던 그였지만 이지나 연출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오디션에 참가했고 얼떨결에 배역을 얻어냈다. 그의 첫 뮤지컬 데뷔였다.
학교에서 만난 김무열(연기 02), 김대명(연기 03) 동문과는 초심으로 돌아가 매년 한 편씩 연극을 올리자는 취지에서 ‘반상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총 네 번의 공연을 올렸으며 기획부터 홍보, 무대셋업, 배우까지 모두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졌다. “밤새고 연습하다 술도 마시고 그러다가 제 방에서 같이 자고 그랬어요. 추억이 많죠.” 김무열 동문에 대해서는 듬직하고 자극이 되는 선배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무열이가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을 했어요. 저는 당연히 받아들였죠. 선배에 대한 예우도 있어요. 있긴 있는데, 마음 속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있죠.(웃음)”

색깔이 있는 배우
“저는 ‘personality’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개성’은 북한의 개성도 아니고….” 우리나라 말로는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며 농담 섞인 말로 이야기를 꺼냈다. “예술은 자기화를 하는 것이잖아요. 자기 생각을 어필하고 표출해야 해요. personality가 뜻하는 자기다움이야말로 예술하는 데 꼭 필요한 단어인 셈이죠.” 후배들에게도 끊임없이 생각하며 각자가 진일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보길 당부했다. 자기다움은 캐릭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무척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이지나 연출은 그에게 늘 ‘스스로를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연기를 함에 앞서 거울을 보고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그가 연기하는 ‘유다’는 다른 배우의 ‘유다’와 분명 다르다. “울부짖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화가 나서, 안타까워서, 나라를 위해서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이 중에서 한 가지의 대답을 선택하면서 저의 유다를 만들어나가는거죠. ‘왜’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해요.” 한 동문은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유다’와 <프랑켄슈타인>의 ‘앙리’를 꼽았다. “유다 역할의 연기 성향이나 음악적 스타일이 제 장점을 표현하는 데에 적합했어요. 저를 한 단계 발전하게 해줬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한 동문은 최근 드라마 <장밋빛 연인들>에 ‘강태’ 역할로 성공적인 드라마 데뷔를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달 22일 <불후의 명곡>에서 배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틱한 무대를 꾸며내 큰 호응을 받았다. 이렇듯 그는 다양한 장르로 활동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무대와 촬영장은 달라요. 분명 다르지만 그럼에도 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진심이면 된다는 거예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거죠.” 또한 학교에서 상상력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는 그는 언제나 자신을 다르게 표현하고자 한다.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라는 도구를 가지고 연기예술을 함에 있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 수 있는 거니까요. 어디에 구애받거나 한계를 두지 않고 무한히 도전하고 싶어요.” 그는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성격의 역할에 더 매력을 느낀다. “연기는 곧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건데 이 세상에 너무나 많은 인물이 있잖아요. 그 인물들에 따라 말투, 창법, 몸짓 등이 완전히 달라지죠.”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