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

기자명 이성경 기자 (stellask@skkuw.com)

<미치도록 사랑받으소서>, 'GV'를 만나다
영화가 끝나고 한 여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우니 르콩트, 영화의 감독이었다. <미치도록 사랑받으소서>는 물리치료사인 엘리자가 친모를 찾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GV로 상영됐는데, GV는 게스트와 만남의 약자로 상영관에서 영화 제작자 및 감독과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감독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손을 들고 질문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영화적 장치에 대한 것부터 감독의 생각까지 각기 다른 관점의 질문들은 다른 관객들의 시야 또한 확장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왔다. 우니 르콩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좋았던 점을 물어봐도 될까요?”라고 직접 질문하며 본인 영화에 대한 평을 들어보기도 했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오픈시네마'를 만나다
“여기야 여기!” 한 할머니가 영화 시작 전 자신의 친구들을 부른다. 이번 BIFF에서는 이탈리아 영화<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을 비롯한 8편의 영화가 ‘오픈시네마’로 상영됐다. ‘오픈시네마’는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일 저녁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엔 4,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초대형 스크린을 마주했다. 꽃놀이를 다녀온 어르신들부터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채워나갔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감독 피에로 메시나는 영화 시작 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직접 이렇게 많은 관객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자신의 아이폰으로 관객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은 한 남자의 어머니와 여자 친구가 오지 않는 그 남자를 함께 기다리는 이야기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불이 켜졌을 때, 많은 관객 수만큼 큰 박수 소리가 해운대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추억은 방울방울>, '스튜디오 지브리'를 만나다
제20회 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 ‘스튜디오 지브리’가 선정됐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추억은 방울방울>은 ‘와이드 앵글 - 애니메이션 쇼케이스’ 섹션에 속한다. 1991년 작인 이 영화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타에코가 그토록 동경하던 시골로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초등학교 5학년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타에코의 모습을 보며 스크린 앞에 있는 우리 또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이런 ‘공감’의 힘은 ‘공간’의 힘에서 비롯된다. 때마침 영화의 전당 옆에 위치한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지브리 입체건축展>이 열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거대한 목욕탕에서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지브리 애니메이션 안 건축을 통해 허구의 세계 속 리얼리즘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