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창간 27주년을 맞아 한국대학신문 대학생 평가단 포함, 전국 대학생 1,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대학생의 86%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정치인을 꼽은 응답도 85%에 달했다. 압도적인 수치지만, 대학가에 만연한 정치·정당 불신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고찰한 최근 저서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이 같은 정치 혐오, 정당 혐오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청년 세대는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상상력이 결여된 공교육을 거치며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강준만 교수의 저서『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알라딘


 인식이 이렇다 보니, 정당 입당에 관심을 가지는 대학생도 적거니와 당적을 가진 학생들을 향한 시선도 좋지 않다. 지난 1월 30일 '한겨레21'은 정당 활동 경력으로 인해 취업,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주변의 편견어린 시선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다뤘다. 모두 가명을 사용한 해당 기사 등장인물들의 불안감은 그들이 특별히 급진적 정당에서 활동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보수 정당이든, 양대 정당이든, 한때 당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꼬리표가 된 것이다. 정당 산하 재단이 사회참여도가 높은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독일이나, 선거캠프에서의 봉사활동을 관련 분야 이력으로 삼는 미국의 풍경은 멀기만 하다.
사회가 아무리 의심의 눈초리로 대하더라도, 소속 정당 안에서만큼은 대학생 당원들이 마음 놓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당들이 경쟁하듯 청년 공약에 몰두하는 때라면 청년 당사자인 대학생 당원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작 주요 정당들의 ‘청년’에 대한 정의는 안팎이 다른 형국이다. 중요 청년 정책에서 ‘청년’을 가르는 기준은 흔히 만 29세 혹은 만 34세 정도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을 몰고 있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는 만 29세 미만을 대상으로 구상됐다. 대상 연령층이 높은 편이라는 청년창업 관련 지원 사업들도 만 39세가 상한선이다. 정당에서 고안되는 청년 정책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 당원 정의는 만 45세 미만이다. 그 이하는 대학 재학생들의 대학생위원회나 만 35세 미만의 미래세대위원회(새누리당) 등에서도 활동하지만 2030만을 아우르는 조직은 없다. 올해 들어 기준을 만 39세 이하에서 만 35세 이하로 조정한 정의당 청년·학생 위원회 정도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을 즈음하여 각 정당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면모다.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은 당별로 ‘청년비례대표’를 신설했고 모두 합쳐 5명이 당선되었다. 비록 지원자 수 부족으로 신청 기간을 연장하는 등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이 청년층을  정당 안으로 받아들이려 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에는 청년비례대표의 나이 기준을 당시 만 35세에서 청년당원 기준과 맞는 만 45세로 변경하는 안이 올라와 있다.
청년당원의 기준나이 자체가 높게 유지되면, 청년비례대표나 청년위원을 할당해도 그 혜택이 대학생과 20대에게는 거의 닿지 않는다. 이미 현 19대 국회에는 20대 국회의원이 아무도 없고, 총선 당시 기준 40세 미만 의원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과연 기성 정당이 청년을 진정으로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되묻는다. 청년을 “늙은 정당의 주름살을 가려주는 비비크림” 같은 소모품으로만 쓰려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청년에게 권하는 것은 ‘정치사랑’이다. 지금 청년들이 지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이 “정치를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탈출구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금 정당이 지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청년이 필요하다. 정당민주주의가 대학사회 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시작점이다.
이미 많은 청년이 정당 안팎에서 정치를 사랑하고 있다. 새누리당 청년국의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에서는 청년의 세가 약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의 청년국 사무실로 꼭 한번 놀러 오라는 그의 초대에는 들뜬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