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OO은 대학 연구소’ 강원재 1소장

기자명 홍정아 기자 (ja2307@skkuw.com)

‘누구나 가르치고, 어디서나 배운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탄생한 ‘OO은 대학’은 2009년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마포는 대학’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OO’에는 어떤 단어가 들어가도 된다. OO은 대학의 청년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놀거리와 배울거리를 발굴해 나간다. OO은 대학의 주축이 되는 ‘OO은 대학 연구소’의 강원재 1소장을 만났다.

 

 

OO은 대학의 탄생배경이 궁금하다.
노리단은 지역 안으로 들어가 주로 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그러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청년희망청’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 사업을 하며 일본의 청년 단체들과도 교류를 했는데, 이때 '마을을 캠퍼스로'를 슬로건으로 한 지역밀착형 평생학습마을인 ‘시부야대학’의 설립자를 만났다. 소개를 듣고 그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꼈고, 그렇게 희망청 안에서 새로 만든 사업이 마포는 대학이었다. 마포는 대학은 ‘마을 주민으로부터 배운다’에 가치를 두었다. 지역 내에서 청년들 스스로가 지역에 필요한 일거리를 발견하며 이를 일자리로 연결시키는 사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왜 이름을 OO은 대학이라고 붙였는지.
대학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는 곳이다. 서로에게 배우며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보통 내가 저 사람에게 배울 게 없다고 여기기 쉽다. 가령, 우리는 ‘자전거방 주인아저씨에게 과연 뭘 배울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가게를 지역에서 수십 년간 운영해온 경험, 자전거를 다루는 태도와 직업 정신, 인생의 무수한 갈림길에서의 선택 등 주변의 이웃들을 한번 지긋이 관찰하고 대화해보면 배울 게 넘쳐난다. 이런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곳이 바로 대학이 아닐까.


OO은 대학연구소는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는 청년활동가들을 ‘술래’라고 부른다. 숨바꼭질에서 숨어있는 친구들을 찾으러 다니는 술래처럼, 감춰져있는 주민들의 이야기와 지역의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한다는 의미이다. 활동하다보면 이 술래들이 여러 어려움에 처한다. 우선 처음에는 ‘함께 마을을 위해 이런 일을 해보자’고 말하면, ‘먹고 살기 바쁘다’며 ‘이렇게 빈둥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취직할 걱정이라 하라’며 핀잔을 주는 분들도 많았다. 또한 지역 안에서의 생활, 주민회의 진행, 마을 장터 기획 등 처음에는 낯설고 잘 모르는 것이 많다. 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는 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다. 협력을 통해 박람회나 페스티벌 같은 큰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지역 안에서 메꿔지지 않는 경제적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지역과 청년의 연결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사실 모두가 느끼는 어려움인 경우가 많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 또 현재는 마을 안의 일거리가 한정되어있다. 마을·지역의 경제가 좀 더 탄탄해져야만 그 속에서 청년들이 먹고 사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이 과정은 어렵지만, 함께 협력하면 보다 건강한 마을 형성을 앞당길 수 있다. 청년이 지역과 마을의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한다면 그 속에서 다시 청년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지역과의 연결이 당장 많은 청년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해결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을 겪다보면 내가 있는 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은 지역과 마을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과 친구의 문제에서 시작하게 되면 이 일들이 서로 연결되어 거시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마을에서 공론의 장이 형성된다면 정책적인 측면의 변화도 일어날지.
당연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들이 정책으로, 법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정치인이 아니라,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모아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치인은 우리의 요구를 대행할 뿐이다. 이 대행자들을 잘 이용해야하는 것이지, 입을 꾹 다물고 이들이 주인이 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동되기’라는 개념을 강조하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공동되기’란 보다 느슨하고 개방적인 공동체를 의미한다. 공동체의 소속이 된다는 것은 정주(定住)의 개념을 포함한다. 즉, 일원으로서 역할과 의무가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자유로운 개인으로 활동하기도 원하고,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기도 한다. 공동체라는 것은 그 안에 정착하여 매우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이는 너무 이상적이다. 이보다는 한번 같이 모여 고민하고 실천해보기도 하고 끝나면 흩어지는 것이 청년들의 현실에 더 적합할 것이다. 즉 많은 공동되기가 일어나 서로 더 자유롭게 오고가며, 다른 공동체와도 경계 없이 소통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문화·예술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데, 예술이 사람들 간의 소통에 기여하는 부분이 큰가.
굉장히 크다. 어른들은 흔히 예술을 한다고 하면 ‘쓸데없는 일’이라며 ‘그걸로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본질적인 관계를 맺고 경계 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요즘은 사람을 만날 때 저 사람이 내게 주는 이익과 손해를 따져서 생각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사람과 사람이 본질적으로 소통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는 굉장히 개인주의화되어 있다. 이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나와 다른 누군가는 전부 타자이며, 다르기 때문에 소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가 어울려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이유는 오랜 역사를 통해 그것이 서로에게 이롭다는 것이 합의됐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어떤 삶을 살지 만들어가는 것은 나에게 주어져 있다. 물질적인 목표를 위해 주변과 고립되어 따로 떨어진 삶을 산다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너무 하찮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지 함께 대화하고 실천하는 삶이 훨씬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