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연교 기자 (joyungyo@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흔히 ‘간신’이라 하면 양의 탈을 쓰고 ‘네네!’만 반복하는 예스맨이 떠오른다.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주워볼까 하며 알랑대는 2인자 아첨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간신은 간신의 한 분류에 불과했다. 앞서 보았듯 역사 속 간신 중에서도 아첨꾼의 수준을 넘어 왕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실세’ 간신도 존재했다.
군주 한 사람에게 모든 법적인 권력이 부여됐던 전통 사회에서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외척정치, 환관 정치부터 수렴 청정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왕 뒤의 실세 간신들로 인한 폐단은 고스란히 민중들의 몫으로 돌아왔지만, 정치·경제로부터 소외된 민중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없었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말에 따라 현대에는 모든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주의 사회가 도래했다. 삼권 분립에 기초하여 △입법 △행정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한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가꿔낸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법과 원칙의 빈틈을 파고든 간신들이 존재했다. 진보하는 체제 밑에서 간신의 역사는 척결되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왔다. 우리는 여전히 소외된 민중인가.
저자는 지금의 시국을 보며 역사 속 간신 중 ‘김자점’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문제는 김자점을 처단하고 난 다음, 조선이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라 말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잘못된 역사는 단순 반복된다. 김자점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후에도 홍국영이란 간신이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간신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악인을 쓰러트리고 선인을 세우는 정도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신 때문에 이른 현 시국에 또 다른 간신이 춤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신이 간신을 낳는 썩어버린 역사의 수레바퀴를 끊기 위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소외당하는 민중으로 남을 것인가. 저자인 함규진은 말한다. “국민에게는 분노할 자유가 있고, 젊은이에겐 소리칠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것에 그치지 말고, 생각하라.”
『난세에 간신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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