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아티스트 김소영 작가

기자명 유은진 기자 (qwertys@skkuw.com)

ⓒ김소영 작가 제공

김 씨는 이날 직접 만든 도자기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진 | 백미경 기자 b.migyeong@

보통은 ‘도예’라는 말에서 식기 굽는 모습을 떠올린다. 어떻게 도자기로 수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나.
도예는 대학생 때 배웠다. 졸업 직후 홍보·마케팅 분야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연이은 실패에 재충전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의 배낭여행에 쓸 여행경비가 없었다. 경비를 모으기 위해 생각했던 방안은 전공을 살려 도자기를 만드는 거였다. 그 때가 4월 중순이었으니 바로 다음 달인 5월달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도자기 카네이션 브로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첫 해에는 트위터에서 주문을 받아 도자기 카네이션 60개를 팔았고, 도자기로 만든 반려동물 액세서리도 함께 팔아서 경비 300만 원을 벌 수 있었다.

일시적인 작업이었는데 어떻게 계속하게 됐나.
이듬해에 판매할 도자기 카네이션을 미리 만들어둘 생각이었는데 여행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경제적 여유가 없어 내 작업실을 가질 수 없었다. 대신 6개월간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의 작업실을 빌려 공간과 기물을 사용했다. 카네이션을 만들기 시작한지 4개월째가 되었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느껴 과거의 작품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그전까지 만들어 둔 4000여개의 작품을 모조리 버렸다. 그리고 1000개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60개를 팔았으니 이번에는 600개를 팔아 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해 5월 한 달간 20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작업실을 차렸고, 그때 이후로 도예를 계속 하고 있다. ‘도화’라는 호대로 꽃을 계속 만들 생각이다.

SNS 판매에 주력한다고 들었다. SNS 인기 유지의 비결은.
처음에는 도자기를 팔 생각 없이 단지 소통을 좋아해서 SNS를 즐겨 이용했다. 1년간 꾸준히 글을 올리고 다른 이용자들과 서로의 글을 구독했다. 또, 각종 모임을 만들어서 이용자들을 계속 유입시키고 교류했다. 그렇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만 한 해 동안 300명 넘게 직접 만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신뢰를 얻었다. 그 상태에서 첫 카네이션을 팔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작품을 알리기 위해 SNS를 관리한다.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나.
영감은 거의 일상에서 얻는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문득 ‘이걸 도자기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보고 ‘이게 도자기라면 여기다 이런 색을 칠하고 이렇게 하면 예쁘겠다’는 생각도 한다. 대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를 찾아서 하려고 한다. 지금 하는 도자기 세공 자체가 바로 그런 분야다.

꽃 외에 다른 것도 만드나.
△거울 △기타 △옷 △구두 △선글라스 등 어디에든 도자기를 붙여 장식한다. 모친은 민화를 그리는데, 그래서 민화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민화 위에 도자기를 붙여 꾸미는 것이다.

민화에 도자기 꽃을 붙여 입체적으로 완성한 콜라보레이션 작품.
민화는 김 씨 모친의 작품
ⓒ김소영 작가 제공

도자기는 잘 깨지는 재료 아닌가.
당연히 던지거나 큰 충격을 주면 깨진다. 그러나 그런 특징 때문에 사람들이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깨질 수는 있으나 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금속은 변질될 수 있지만 도자기는 먼지는 쌓이더라도 그 색은 변하지 않는다.

1인 기업 대표라고 들었다. 모든 공정을 전부 직접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소소한 일까지 모두 직접 한다. 작품 만들기, 제품 배송 및 사후관리, 홈페이지 제작과 고객 관리 등이다. 새로운 기법 실험도 틈틈이 한다. 첫 4년간은 철저히 혼자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어시스턴트를 구해 작품 만드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김소영 작가 제공

이 모든 일을 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다. 그래서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일이 많아 매일 밤을 새지만, 체력이 좋아서 버틸 수는 있다. 그보다 큰 어려움은 금전적 문제였다. 고가의 재료비를 전부 직접 충당해야 해서 처음 4, 5년간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했고 그에서 비롯된 슬럼프도 고통스러웠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혼자 울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계속 열심히 해야 이 모든 상황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이내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짧게는 하루, 길면 한 달까지도 이어지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도예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보는 사람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하나.
그저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면 한다. 아주 작은 작품에는 복잡한 메시지를 담기가 쉽지 않지만, 큰 작품에는 의미를 담는다. 최근에는 ‘감정’을 주제로 한 전시를 했다. 이 전시 작품 중에는 거울이 많았다. 거울을 보면서 사람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건물 외벽에 전부 도자기를 붙이고 싶은 꿈이 있다. 피아노나 자동차에도 붙여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작품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다. 차에 붙이려면 내 차가, 건물에 붙이려면 내 건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가장 가까운 계획은 이번 달에 열리는 세 개의 전시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창업하려는 예술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창업을 결코 쉽게 권하지 않는다. 정말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진정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생각뿐이라면 추천하지 않겠다. 사업은 전부 스스로 벌어서 꾸려야 하는 것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친구들도 못 만나고, 옷도 가방도 아예 못 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지같이 5년을 살아야 된다, 그래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래도 하고 싶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그 고난이 전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