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해빈 기자 (dpsdps@skkuw.com)

김준(사과계열 17) 학우는 여자친구와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커플 휴대폰 케이스를 구입하기로 했다. 다양한 제품을 살펴봤지만, 기존 제품을 구입하면 엉뚱한 사람과도 커플케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김 학우처럼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 상품을 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발맞춰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어 좋아요”

유행을 거부하는 유행이 등장했다. 바로 커스터마이징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일대일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은 패션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내놓은 기성복에 길들여져왔다. 대량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SPA 브랜드는 값싼 기성복의 장점을 부각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그 결과 옷은 한 시즌 입고 버리는 소모품으로서의 의미가 강해졌고 패션은 획일화됐다. 이에 거부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변화를 추구했다. 기업이 내놓은 상품을 수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의 커스터마이징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여 활용하는 형태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자수 패치를 선택하여 가방에 붙이거나, 레터링 서비스를 통해 문자가 각인된 나만의 시계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때 소비자들은 공정의 모든 과정을 참여하지는 않지만, 제작자에게 직접 의뢰하며 자기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오프라인 상에서만 이뤄졌던 커스터마이징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며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채널이 확장된 것이다. ‘마플’은 자체 개발한 ‘3분 커스터마이징 툴’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커스터마이징 애플리케이션이다. 클릭 몇 번만으로 색상에서부터 디테일한 디자인까지 자기만의 티셔츠를 만들 수 있다. 후드, 반팔 등 만들고 싶은 옷의 종류를 선택한 후, 작업 창에서 왼팔·오른팔, 앞면·뒷면 등 옷의 각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자수패치를 선택하여 넣어주거나 텍스트를 눌러 원하는 글귀를 입력하기도 한다. 이은지(사과계열 17) 학우는 커스터마이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티셔츠를 제작해 입는다. 이 학우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어서 좋아요”라며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휴대폰 하나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비즈니스 센터에 위치한 ‘드라마 르돔’에서 가상 의류샘플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 IT기술과
결합하여 한 단계 더 도약 중





패션업계의 커스터마이징은 빅데이터와 IT기술을 활용하여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맞춤형 여성 속옷 제작 업체 ‘소울부스터’는 고객들에게 35개의 문항을 제공한다. 사람마다 다른 체형을 알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문항을 바탕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체형에 맞는 속옷을 제작해준다. 지난달 28~30일에 개최된 섬유패션 박람회 ‘프리뷰 인 서울 2017’에서는 IT기술을 활용해 맞춤 가상의류 샘플을 제공하는 기술이 커스터마이징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한국의류산업협회는 박람회에서 2D·3D 캐드(컴퓨터 이용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의류 샘플을 제작하는 ‘드라마 르돔’을 선보였다. 드라마 르돔에서는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수축력이나 옷의 여유 정도를 파악할 수 있어 착용자에게 꼭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다. 현재의 의복 제조과정은 세분화돼 있어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완성이 어렵다. 의복 제조과정은 △옷을 종이에 그리는 디자인 △종이에 그린 것을 실제 크기로 원단에 옮기는 패턴화 △재봉해서 실물로 만드는 샘플링을 거친다. 이때 캐드를 사용하면 패턴화 작업을 생략할 수 있다. 수차례 원단을 다시 만들어보며 거쳐야 했던 패턴화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그려진 종이를 대고 자른 원단을 사용하는 것보다 캐드를 사용할 때 오차도 훨씬 줄어든다. 드라마 르돔의 홍성길 테크니컬 매니저는 “비용문제만 해결되면 패치 덧붙이기와 같은 소극적인 커스터마이징을 넘어 더 실험적이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옷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취미로만 여겨졌던 커스터마이징은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들의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기술과 결합한 이 유행이 기성품 너머에 숨어있던 우리의 모습을 찾아준다.

사진 | 김해빈·유민지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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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브랜드=자사의 상품을 제조부터 유통까지 맡아서 하는 전문 소매점이다. 대량생산과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상품 회전을 빠르게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