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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박성진 교수가 9월 15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자진 사퇴했다. 유사과학인 창조과학을 신봉한다는 사실이 사퇴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지구가 6000년 전 탄생한 것으로 믿는다고 떳떳이 밝혀, 많은 과학자를 경악케 했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중세도 아닌 현대에 어떻게 우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 정말 경이로울 따름이다. 멸종된 공룡을 뒷마당에서 발견한 느낌이다.(하긴, 창조과학에서는 인간과 공룡이 함께 살았다고 주장한다).

창조과학의 주장이 잘못이라면 왜 이전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느냐는 질타도 들었다. 과학계가 창조과학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논박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링크된 "진화론이 거짓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읽다가, 진화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위배된다는 항목에 웃음이 터져 읽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외부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생명체와 같은 비평형 상태의 열린 계(open system)에는 적용될 수 없다. 상식 중에서도 상식이다. 이 글의 잘못된 논리를 따르면, 과식한 음식이 살과 피가 되어 몸무게를 늘리는 것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반하니 불가능하다. 중년의 뱃살이 환상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과 비슷한 점이 없으니 유사과학이라 부르기도 과분해 가짜과학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 다른 가짜과학도 많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 북극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창조과학에 비하면,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영구기관을 만들 수 있다며, 잊을만 하면 또 등장하는 엉터리 과학자는 애교 수준이다. 가짜과학인 창조과학은 진화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에 필적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창조과학과 같은 가짜과학이 주장의 논거로 제시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 주류과학이 아직 완벽하지 않으니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창조과학에서는 중간 단계 화석이 연속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화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과학 분야에서 연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얘기가 얼마나 이상한지 누구나 알고 있다. 과학은 원래 완벽하지 않다. 수많은 실험결과와 관찰 자료를 모아, 현재 내릴 수 있는 그나마 가장 정합적이고 합리적인 최선의 주장을 하는 것이 과학이다. 과학은 완벽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비판과 검증에 열려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거다. 지구 탄생이 6천 년 전이라고 먼저 상정하고, 그에 맞는 증거만 모으고 다른 증거는 무시하는 방식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과학자의 자격이 없다. 거꾸로다.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해 지구의 탄생시기를 알아내는 것이 과학이다.

창조과학자에게 조언한다. 진화론이 아닌 창조과학만이 할 수 있는 예측을 하고, 이를 과학적인 실험과 관찰을 통해 확인해,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제출하고 학술대회에서 발표하시라(창조과학 학술대회 말고). 연구 과정이 논문 안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다른 과학자가 재현할 수 있고, 또 연구 진행이 엄격한 과학적 방법을 따랐다면, 결과가 어떻든 논문으로 출판하는 것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조과학자들이여, 논문을 쓰고, 학회에 나와 진화론과 당당히 경쟁하시라. 그렇게 하기 전까지, 창조과학은 여전히 가짜과학이다. 과학이라는 이름을 빼라. 이 대명천지에서 창조과학의 존재는 과학에 대한 모독이다.

김범준 교수
물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