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해빈 기자 (dpsdps@skkuw.com)

은행이는 학회실에서 친구들과 자장면을 먹고 있다. 신나게 오가는 대화 속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 수선관 별관 복도를 울린다. 그때 들어오는 낯선 사람들. 학회실을 같이 쓰는 다른 학회 학생인 듯하다.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후 은행이는 자장면을 마저 먹는다. 떠들썩하던 좀 전과 달리 조용하다. 곧이어 한 무리의 학생들이 더 들어오고 이제 학회실에는 더 이상 자리도, 대화도 없다. 적막한 공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우리 학교 사회과학대학(이하 사과대) 학우들이 학회실 공간 부족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배정현(사과계열 17) 학우는 “학회 수가 늘면서 학회실 이용 인원도 함께 늘어 공간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은호(사과계열 17) 학우는 “공간부족도 문제지만, 학회 사이의 기 싸움도 견디기 힘들다”고 밝혔다. 본지에서는 지난 2013년 1545호에 ‘한 지붕 세 식구, 좁디좁은 수선관 학회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사과대 학회실 공간부족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나 학회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그대로인 데 반해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회 수가 8개에서 10개로 늘며 학우들의 공간이용 여건은 더 열악해졌다.

현재 수선관에는 학회실이 총 4개뿐이지만 사과대 학회에 소속된 학우들은 총 331명이다. 한 학회실이 수용 가능한 인원수는 열 명 남짓인 데 비해 학회실 A(62503호)는 △방송연구반 △보도사진학회 총 87명이, 학회실 B(62504호)는 △세상 사는 이야기 △한국사회연구반 △FC업사이드 총 131명이, 학회실 C(62505호)는 △국제정치학회 △정치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 총 63명이, 학회실 D(62514호)는 △수선관 그 밴드(이하 수그밴) △아우성 총 50명이 공용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학회실은 4개, 사용인원은 330여 명
사과대 학생회 측 “배정 시 학회대표자 의견 최대한 반영할 것”

학회 특성에 따라 문제의 양상도 다양하다. 학회실 D(62514호)를 사용하고 있는 수그밴의 김은지(사과계열 17) 학우는 “학회실 공간이 넉넉지 않아 악기나 앰프 등을 둘 곳이 없어 웬만한 악기들은 매번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수그밴과 같은 학회실을 공유하는 노래패 ‘아우성’ 역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우성의 김준(사과계열 17) 학우는 “강의실은 소음문제로 대여가 곤란하고, 배정된 학회실에는 인원수용이 안 돼 연습할 때마다 다른 학회장들에게 양해를 구해 학회실을 빌려서 모임을 진행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의 주원인은 사과대가 타 단과대와 비교해, 학생자치단체 중 학회가 점하는 위치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지원(사과계열 17) 학우는 “타 단과대의 경우 가전공이나 반이 있어 선배들과 교류가 가능한데 사과대는 학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럴 기회가 너무 적다”며 “새터부터 주점까지 학회 중심으로 이루어지니 과가 정해지기 전까지 신입생들에게 학회는 매우 중요한 소속집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과대 행정실 측은 학생들의 불편은 이해하나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과대 행정실 관계자는 “학생자치공간을 늘리려면 강의실을 없애거나, 건물을 증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간배정과 관련해서는 학생회와 대표자들이 의견을 조정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과대 학생회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허한솔(신방 15) 사과대 전 부학생회장은 “워낙 수선관 자체가 좁아 마땅한 해결책을 내기 어렵다”며 “학회 인준과 학회실 배정 시에 대표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