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李라면 이두현 사장

기자명 이가영 기자 (lvlygy@skkuw.com)

자과캠 정문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보이는 골목, 저녁 장사 준비로 한창 분주한 ‘李라면’을 방문했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색색의 쪽지로 가득 채워진 가게의 벽면을 보며, 李라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라면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주인 이두현(55) 씨를 만났다.


 
유일무이한 라면 맛이 인기 비결
학생들의 ‘추억의 장소’ 되길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운명이죠.” 우리 학교 앞에 가게를 차리게 된 사연에 대한 질문에 이 씨가 들려준 대답이다. 이 씨에게 李라면은 중학생 시절부터 가져온 오랜 꿈이다. “워낙 라면을 좋아해서요. 라면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라면집을 차렸죠.” 이 씨는 장사를 하지 않을 때도 집에서 라면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라면에 대한 남다른 애정 덕분일까. 李라면은 큰 성공을 거뒀다. SBS 예능 ‘생활의 달인’에 방영되기도 했고,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매일 한 시간씩 줄을 선다고 한다.

李라면의 성공비결을 묻자 이 씨는 ‘맛’이라고 단언했다.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더 맛있는 라면을 위해 끊임없이 요리법을 연구한다는 이 씨는 “손님들이 또 찾아오게 하는 게 바로 맛이에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각인되면 잊지 않고 다시 찾게 돼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오랜 시간 기다리는 손님에 대한 미안함을 맛으로 보답한다고 덧붙였다.

 
 










李라면에는 특별한 운영철학이 있다. 손님과 직원 사이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직원과 손님이 갑을관계가 아닌 동등한 존재임을 강조했다. 직원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면서, 손님은 즐겁게 식사하면서 서로 만족감을 얻는다. “학생들은 안 그러는데, 간혹 직원이 시중들기를 바라는 손님들이 있어요. 친절하게 대하기는 어렵죠.” 그는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손님을 배려하고 싶지는 않다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손님과 직원의 상호존중은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李라면이 학생들의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10년 뒤에 다시 찾아왔을 때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싶어요. 생각이 나서 찾아왔는데 사라져 있으면 너무 아쉽잖아요”라며 이 씨는 더 큰 가게로 이사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도 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학생 때 왔던 연인이 결혼한 후에 다시 찾아온 경우도 있다며 그들이 남기고 간 쪽지를 보여줬다. “몇 년 지나서 본인이 썼던 쪽지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는 특별한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앞에 자리를 잡은 뒤에는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일명 ‘먹튀’를 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씨는 실수로 학생들에게 거스름돈을 잘못 주면 다시 찾아와주기까지 한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 씨에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삶 그 자체라고 한다.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라면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李라면에서는 항상 학생들과 함께죠.”

이 씨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라면을 맛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오래 기다리다가 식사를 못 하고 그냥 가시는 분들이 있어 아쉽죠. 더 많은 분이 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소망을 이루고자 李라면 2호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그. 대학로에서도 李라면을 만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