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지웅배 기자 (sedation123@naver.com)

감정에 영향 미치는 후각
아로마테라피, 현대의학과의 차이에서 의의 찾아

지난 3월 메가박스는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향을 이용한 마케팅을 소개했다. 해당 향기 마케팅을 개발한 기업 센트온 유정연 대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첫 인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향기 마케팅”이라며 “감성을 자극하는 향기 마케팅 시장은 점점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감정은 향기를 닮아
향기 마케팅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후각이 있다. 우리 학교 권재용(생명) 교수는 “많은 포유류는 야행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시각이 퇴화하고 생존에 도움 되는 후각이 발달했다. 후각의 기본적인 기능은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감지하며, 교배 상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각이 발달한 개체들이 생존과 번식에 장점을 가지게 됐고, 향이 감정과 기억 형성에 도움을 줬다. 향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냄새를 맡는 과정을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가 숨을 들이 쉴 때 냄새 분자가 코로 들어온다. 이러한 냄새 분자들은 후각상피조직의 후각신경세포를 자극하고,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후각중추로 전기적 신호가 전달된다. 전기적 신호가 후각중추 다음으로 전달되는 곳은 변연계다. 변연계는 감정·기억 등에 주로 관여하는 부위로 체온·호흡·호르몬 분비 등을 담당하는 시상하부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정 냄새를 맡을 때 감정과 몸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된 활용분야가 ‘아로마테라피’다.

후각망울을 통해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는
변역계
후각기관

 











유럽에서의 민간요법
아로마테라피는 향기 나는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통한 치료를 일컫는다. 여기서 에센셜 오일이란 잎, 뿌리, 나무줄기 등 향을 지닌 모든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기름이다. 영국아로마테라피협회 한국지부 이은정 센터장은 “어떤 기름을 추출해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핵심인 만큼, 에센셜 오일이 아로마테라피의 연구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로마테라피의 발생은 프랑스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프랑스는 ‘씻으면 죽는다’는 통념이 퍼져있어서 생활환경이 비위생적이었다. 그로 인해 질병이 유행했고 향으로 상황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렇게 민간요법으로서 아로마테라피가 생겨났다. 근대로 오면서 프랑스는 어떻게 에센셜 오일의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각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이 함유돼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프랑스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가 화상을 입은 팔에 라벤더 오일을 바른 것이 효과를 보이자 이와 관련된 책을 저술하였고 이것이 학문으로서 아로마테라피의 출발이었다. 프랑스 아로마테라피의 특징은 에센셜 오일의 소량 복용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복통 같은 증상에 속도가 느린 흡입법이나 마사지 대신 한 방울 정도를 희석해 복용하는 식이다. 영국의 아로마테라피는 프랑스와는 궤를 달리했다. 영국에 산업혁명이 발생하면서 돈을 벌고자 했던 프랑스인들이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 과정에서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이 유입됐고 왕실을 위한 아로마테라피가 주를 이뤄 마사지 문화의 발달로 이어졌다. 영국식 아로마테라피는 프랑스와 달리 복용을 금지하고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을 도와 흡수를 촉진하는 식이었다. 그는 “현재는 영국에 존재하는 국제아로마테라피협회로 인해 영국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프랑스식을 따르는 미국을 주축으로 널리 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점을 찾아 나선 아로마테라피
이 센터장은 “아로마테라피의 필요성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리·생리적 효과 △특정 질병에 대한 강점 △현대의학과의 차이가 그것이다. 향기를 통해 감정과 몸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로마테라피는 심리·생리적인 효과를 동반한다. 그는 “스파 마사지를 향기와 함께 행할 경우, 근육이 훨씬 잘 풀어져 아로마테라피는 스파에 필수적인 요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한다. 환자들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치과나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피부과에서도 심리적 효과를 꾀하고자 향을 사용한다. 또한 아로마테라피는 특정 질병에 대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라벤더나 로즈 오일을 상처에 바르면 회복이 매우 빨라진다. 그 외에도 아로마테라피는 비염·축농증에도 큰 효과를 보인다. 수많은 치료를 통해서도 낫지 못한 환자가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상태에 개선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아로마테라피의 필요성과 의미는 현대의학과 아로마테라피의 관점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현대의학이 환원주의적 관점으로 부족한 화학성분을 합성해서 채우는 방식이라면, 아로마테라피는 전인주의 관점으로 개체 자체를 중심으로 보는 식”이라며 차이를 강조했다. 현대의학은 가능한 부분까지 신체를 분해한 뒤 부족한 성분을 재조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이에 필요한 것들을 연구한 것이 현대약품이다. 과거 독일과 일본이 발전한 이유도 신체 실험과 해부를 통해서 많은 연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 환원주의적 관점의 문제는 이론상으로는 완전한 회복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아로마테라피다. 아로마테라피는 하나의 증상만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집중해서 후유증을 최소화시킨다. 그는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 일회성으로 약을 복용하다보면 내성이 쌓이기 때문에 정작 약품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대신에 아로마테라피에서는 같은 성분을 지닌 다른 에센셜 오일을 활용해 특정 성분에 대한 내성이 적다”며 아로마테라피의 장점을 강조했다.
 
갈림길에 선 아로마테라피
아로마테라피의 한계와 관련해 이 센터장은 “과학성과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에서 피실험자마다 편차가 커 결과가 일관적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에센셜 오일 중 라벤더의 ‘리날릴 아세테이트’ 성분은 수면 유도 및 진정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허나 라벤더 향을 맡아도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는 “아무리 좋은 효과를 지닌 오일이라도 취향에 맞지 않는 향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설명한다. 이에 현대의학의 일관성을 좇고자 아로마테라피는 뇌파 검사와 과학적 분석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는 “특정 식물의 성분과 그것이 지니고 있는 분자 구조를 통해서 어떤 효과를 띄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아로마테라피 업계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티저랜드는 암세포를 수축시키는 식물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임신한 쥐에게 특정 에센셜 오일을 지속적으로 주입하자 수정란이 줄어들어 새끼가 죽음에 이르렀다. 이 같은 결과는 암세포를 제거 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또한 다른 실험에서는 마사지를 병행하며 시트러스 오일을 매일 3번 흡입한 결과 암 형성 화학 물질의 기능이 약화됐다.

외국에서 아로마테라피가 인정받은 사례는 프랑스, 호주, 영국 등이 있다. 세 국가의 경우 자격증을 받은 정식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이 존재해서 진료가 가능하다. 이 국가들의 의사는 기본적으로 전문의(General Doctor)와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로 나눠지는데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이 일반의에 해당한다. 일반의가 먼저 환자를 진료하고 이후 전문의가 처방을 내린다. 또한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은 의료보험을 통한 치료 비용 지원 여부다. 호주의 경우 의료보험에서 아로마테라피 치료 비용과 마사지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그는 “진료 시스템 개선과 의료보험 지원이 이뤄질 경우 아로마테라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의학이 복병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는 “일본은 아로마테라피의 체제가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나라는 한의원이 대체의학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고 있기에 경쟁구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아로마에 관심을 갖는 추세이며 한의학과 아로마테라피에서 쓰이는 약품의 성분과 효능에서의 차이를 서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