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영근 교수, 조시현 연구원, 최봉태 변호사

기자명 최인영 (puricure@skkuw.com)


인도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해결책 마련 위해 노력 기울여야
사유재산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함부로 처분할 수 없어

일제강점기 시대 피해자들의 증언이 드러나지만, 일본은 그 피해를 축소하거나 부정한다. 이번 재판의 의미와 예상되는 논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고려대 글로벌 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 △민족문제연구소 조시현 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일제 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최봉태 회장에게 물었다.

김영근 교수

이번 판결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다음 날 31일 자 일본 언론사 대부분이 사설로 다뤘다. 그 정도로 일본 내부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매우 크고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에서는 '최종적으로', '있을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통해 1965년 협정에서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적 강경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판결의 쟁점과 해결 방법은.
소송의 핵심 쟁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하며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5억 달러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볼 수 있는지다.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이 중국에 제공한 경제협력자금이 강조됨으로써 강제징용의 법적 대응이 달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일 간 과거청산을 위한 법적 논의에 그치지 말고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의적 △원호적 △인도적 차원에서 국제적 지원 모색 등 구체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영근 교수 제공
김영근 교수 제공

조시현 연구원

강제 집행이 거론되는데 현실성이 있는지.
강제 집행은 어려운 문제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방법은 신일철주금의 국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외국에 있는 신일철주금 재산을 처분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고들에게 판결대로 보상을 지급해달라는 또 다른 소송을 일본에서 진행해야 한다. 외국 법원에서 소송한다는 것은 이 문제를 널리 알릴 기회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 정부의 반응은 우리로서 고마운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문제가 더 알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강제동원의 자세한 실상을 모른다. 지금은 그 실상을 좀 더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주장하는 국제 사법 재판소 소송의 가능 여부는.
일본이 국제 사법 재판소에 소송한다고 가정하자. 일본이 기소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기소의 근거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한일청구권협정위반이다. 그렇지만 한일청구권 협의 제3조에 따르면 청구권협정해석과 적용에 대해서 분쟁이 있으면 먼저 외교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외교적 합의 방법인 중재 위원회를 먼저 거치지 않고 국제 사법 재판소에 사안을 기소하게 되면 기소한 것 자체가 청구권협약 제3조에 위반한다. 그렇기에 국제 사법 재판소에 기소하겠다는 말 자체가 *블러핑이다. 일본 정부의 유일한 선택지는 외교적 협상이다.
 

Ⓒ조시현 연구원 제공
Ⓒ조시현 연구원 제공

최봉태 변호사

개인청구권 소멸을 한국과 일본은 각각 어떻게 해석하는가.
사유재산권이 헌법상 보장된 나라에서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국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처분은 위헌이다. 일본이 이번 판결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일청구권협정 때문에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 일본 정부는 일본 국회에서 한일청구권협정 때문에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인정했다. 이는 1991년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문에도 적혀있다.

일본이 다른 피해국에 배상한 경우도 있는가.
일본 정부는 피해국에 일관적으로 배상하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에는 1990년대 중반에 일본으로부터 개인 보상을 받기도 했지만, 배상을 거부하고 경제 협력으로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의 경우 중일 공동선언을 통해 전쟁 배상을 포기하고 경제 협력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정부 역시 개인 청구권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미쓰비시 기업이 중국에 배상하기도 했다.
중국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들은 재판에 승소했지만,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2007년 4월 판결에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전후처리에 대해 법적 의미를 판단했다. 재판소는 *소권 소멸론을 채택하며 개인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일본 정부와 기업들에 자율적 구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일체의 구제를 거부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 부당성을 지적했다.
 

Ⓒ최봉태 변호사 제공
Ⓒ최봉태 변호사 제공

*한일청구권협정=1965년 한국과 일본이 다시 국교를 맺은 협정에 부속하는 4개의 협정 중 하나. ‘청구권협정’에서는 ‘청구권’과 ‘경제협력’을 병기함으로써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자금을 양국의 사정에 맞춰 해석할 빌미를 제공했다.
*블러핑=도박에서 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베팅이나 레이스를 하는 것.
*소권 소멸론=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심판을 구하는 당사자의 권능이 소멸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