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윤수 (kysoosyk29@skkuw.com)

체험기 - 다도 체험

차, 커피에 비해 카페인 몸에 오래 안 남아
시간에 민감하기에 우리는 초 단위로 관리 필요해

관세청의 지난해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약 512잔으로, 우리나라를 ‘커피공화국’이라 불러도 그리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시가 바쁜 현대인에게 커피가 필수품이 된 지금, 차를 우리기 위해 *숙우에 물을 따른 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여유를 따라 다도 수업이 진행되는 광화문의 한 문화공방으로 향했다.

문화공방 ‘고요채’의 김나리 대표는 차에 대한 설명으로 다도 수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꽃차, 과일 차와 같은 대용 차를 제외한 모든 차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커피에 비해 차는 카페인이 몸에 오래 남아있지 않아 카페인이 잘 받지 않는 체질인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다도 수업의 주제는 ‘한국의 전통 다기를 이용한 한·중·일의 녹차’였다. 먼저 본격적인 다도 체험에 앞서 전통 다기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먼저 손잡이와 작은 숨구멍이 뚫린 뚜껑으로 닫혀있던 주전자 모양의 다기인 ‘다관’과 차를 우리기 전에 물식힘사발인 ‘숙우’, 세 개의 ‘찻잔’과 각각 아래에는 잔 받침인 ‘차탁’이 있었고 찻잔을 데운 물이나 다관을 헹군 물을 버리는 물버림사발 ‘퇴수기’가 있었다. 김 대표는 “숙우의 다른 이름이 물식힘사발인 것처럼 다기의 우리말 이름이 모두 직관적이기에 이름만으로 쓰임새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히 우리나라 차의 역사에 대해 수업을 듣고 난 후 한·중·일 녹차를 직접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차를 우리기 전 찻잎을 먼저 관찰해봤다. 우선 크기는 중국의 찻잎이 가장 통통하고 컸으며 일본의 찻잎이 가장 작고 부스러기가 많았다. 찻잎의 색은 일본이 제일 진했으며 중국 찻잎 색이 제일 연했다. 세 찻잎 모두 아직 물에 닿지 않아 향이 강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녹차에서는 구수한 향, 중국 녹차에서는 약간의 꽃향기가, 일본 녹차에서는 달큰한 향이 은은하게 났다.

김 대표는 “육안으로 봤을 때도 세 찻잎이 다른 것처럼 세 나라의 차문화도 각양각색”이라며 “중국은 세 나라 중 가장 차를 많이들 즐기기에 격식을 차리지 않고 마시기도 하는 반면, 일본은 관련 예절이 매우 엄격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세 찻잎은 각각 최적의 물 온도나 차를 우리는 시간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김 대표는 “차는 시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차를 우리는 시간을 초 단위로 관리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다도를 체험하는 중에는 물을 덜어놓고 식히거나 차를 우리는 등 계속해서 기다릴 때가 많았다. 더불어 다관에서 찻잔으로 차를 따르는 과정에서도 급하게 따르기보다는 차 한 잔을 따르고 잠시 멈추는 여유가 필요했다. 그 여유 속에서는 다양한 각자의 일상에 관한 대화가 꽃을 피웠다. 김 대표는 “차를 다 마신 후에는 물을 한 잔 마시는데, 목구멍에 달달함이 남아 숨쉴 때 차 향과 달달함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숨 쉴 때 나던 녹차 향 때문인지 오랜만에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인지 문화공방을 나오던 때에도 혀끝에는 개운한 뒷맛이 남았다.

*숙우=탕관에서 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식힘그릇.

위에서부터 다도 체험 시작 전에 전통 다기 구성의 모습. 다관에 물을 따르는 모습. ‘고요채’의 김나리 대표.
위에서부터 다도 체험 시작 전에 전통 다기 구성의 모습. 다관에 물을 따르는 모습. ‘고요채’의 김나리 대표.
사진 l 김나래 기자 maywing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