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창작물 보호하고 창작자 정당하게 대우해야
우리나라 특허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해변가에 SOS 사인이 아닌 미키 마우스 얼굴을 그려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디즈니가 평소 자사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쏟는 노력에 빗댄 농담이다.
그렇다면 미키 마우스를 비롯한 여러 창작물을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은 어떻게 기능할까

태 없는 권리를 보호하는 지재권
지재권은 법이 보호하는 지식재산에 대한 재산권이다. 지식재산은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 만들어져 재산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모든 무형의 창작물을 가리킨다. 지식재산은 지재권의 세 가지 분류인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 중 하나 이상의 권리를 갖게 된다. 기존의 재산권은 유형 재산의 권리를 보호하는 개념이 보편적이었다. 이후 고부가가치 산업이 전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재산권의 범위는 첨단 지식과 혁신을 창출하고 있는 무형 재산에까지 확장됐고 지재권이 등장하게 됐다.

산업재산권(이하 산재권)은 상업상의 가치를 갖는 창작물이나 창작된 방법에 대한 권리다. 여기에는 크게 △디자인권 △상표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네 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자동차 한 대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디자인권은 모양이나 색채 등 물품의 외형을 대상으로 한다. 차체나 전방 램프의 형상이 해당한다. 상표권은 상품을 표시하는 자동차의 특정 명칭과 제작사명을 보호한다.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은 발명이나 기술을 보호 대상으로 하는데, 특허권은 엔진 제어 시스템과 같은 고도 기술 영역을 다루는 데 비해 실용신안권은 높낮이 조정이 가능한 의자 등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실용성을 높인 기술을 보호한다. 산재권은 특허청에 등록 후 취득하게 되며, *선출원주의를 적용한다. 10~20년 동안 독점의 권리를 부여하고 이후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술과 산업 발전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저작권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갖는 권리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성된다. 저작권은 다른 두 지재권과 달리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저작인격권은 양도 불가능한 저작자만의 권리지만 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의 의지에 따라 상속하거나 양도할 수 있다. 저작권의 효력은 산재권과 달리 저작물을 완성한 시점부터 발생해 저작자 사망 후 70년간 존속한다. 이는 2013년 한미 자유 무역 협정(FTA) 이후 기존 50년에서 연장된 것이다.

한편,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지재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신기술도 등장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지재권이 신지식재산권이다. 대표적인 신지식재산권으로는 △데이터베이스 저작권 △반도체 배치설계권 △식물신품종 품종보호권 △영업비밀보호권 △컴퓨터 프로그램/소프트웨어 보호권 등이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나 AI 창작물 등에 어떤 방식으로 지재권을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재권은 돈과 권리 중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기업들이 자사 기술만을 이용해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지재권의 매매나 계약을 통해 활용 기술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매는 지재권 자체를 판매하거나 기업 인수 합병과정 속에 지재권을 포함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외에는 재산권은 창작자가 갖되 타 기업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실시 계약이 있다. 이는 흔히 ‘로열티’라 부른다.

지재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침해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액을 산정받을 수 있다. 지재권 침해소송은 기업의 서비스가 이뤄지는 어느 국가에서든 가능한데,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은 각국의 절차법에 따라 상이하다. 전세계적으로 특허권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높고 손해배상액수의 규모가 큰 국가는 미국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기업은 국제소송지로 미국을 선택한다.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차호 교수는 “지재권 소송의 손해배상액은 소송지의 시장 크기와 특허권에 대한 전문성에 영향을 받는다”며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중요한 국제소송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재권 침해소송의 손해배상액이 커지고 거래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재권이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특허기술을 사들여 로열티 수입을 챙기는 특허전문회사도 나타났다.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기업을 찾아 사용료를 요구하고, 수입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보상금을 챙기는 방식 때문에 ‘특허괴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지재권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재권의 부상으로 기업이 기술자를 정당하게 대우하고 창작 작업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지재권의 가치를 말했다.

우리나라 지재권이 나아갈 방향은
우리나라 특허법은 다음달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개정법의 핵심적인 변화는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특허침해자의 생산능력에 따라 예상되는 이익액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지재권 침해자를 엄벌하는 만큼 미래의 유사한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전체 순위는 전세계 상위 10위권이지만, 지식재산권 시행 적절성은 세계 38위 수준이다. 이는 국내에 지재권을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반이 아직 부족함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재권을 관장하는 부처가 산재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산재권은 특허청, 저작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실제로 하나 이상의 지재권을 갖는 창작물에 대한 보호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례가 있다”며 “산재권과 저작권을 모두 관장하는 ‘지식재산청’ 또는 ‘지식재산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출원주의=동일한 발명에 대해 둘 이상의 출원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