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경영관·국제관 미화 휴게실은 대낮에도 볕 안 들어

"밥 먹은 뒤, 차 한잔하고 드러누워 잠도 청하는 곳"
 

우리 학교 학우라면 청록색 앞치마를 두른 미화 노동자를 마주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미화 노동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대면 업무를 지속하는 대표적인 *필수노동자다. 비교적 한산해진 캠퍼스에서도 변함없이 교정을 빛내고 있는 우리 학교 인사캠 미화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와 휴게공간에 대해 살펴봤다.



우리 학교 인사캠에서 근무하는 미화 노동자는 총 57명이다. 이들은 해도 뜨지 않은 5시 30분경 각 건물에 위치한 미화 휴게실로 출근해 옷을 갈아입은 뒤 6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건물별로 평균 4명 정도가 층을 나눠 업무를 담당한다. 강도가 높은 오전 청소를 마치고 나면 8시 40분부터 10시까지는 휴게 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공용 냉장고에 보관했던 반찬과 보온 밥솥의 밥을 꺼내 함께 식사하거나 각자 싸 온 아침 도시락을 먹고 잠깐 잠을 청한다. 휴게시간이 끝나면 오전에 마치지 못한 청소를 마저 하고 11시 40분부터 1시까지 또 한 번의 휴게시간을 가진다. 퇴근 시간은 3시 30분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4시간당 30분 이상, 8시간당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갖도록 한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미화 용역업체 포트컴퍼니 박기원 미화소장은 “업체 근로계약서에서 아침 및 점심 휴게시간을 명시한다”며 학교가 근로기준법 조항을 준수하고 있음을 밝혔다. 

미화 휴게실은 미화 노동자들이 △식사 △환복 △휴식을 해결하는 공간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인사캠 관리팀(팀장 이재필) 정윤조 차장은 “우리 학교 미화 휴게실은 훌륭하게 갖춰져 있는 편"이라며 "고용노동부의 감사나 실태조사에서도 우리 학교는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고 현재까지 무사고사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정의당에서 개최한 대학 청소·시설·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에 따르면, 2018년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휴게시설 설치 가이드라인(이하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소홀히 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의무가 아닌 계도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는 휴게시설에 대해 △냉난방·환기 시설 설치해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 △노동자 1인당 면적 1㎡·전체 6㎡ 확보 △등받이 의자와 탁자 및 식수와 화장지 등 비품 마련 △작업장이 있는 건물 안에 설치하고 되도록 지상층에 설치 △조명과 소음 기준 등을 준수하도록 해 관련 법규보다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담고 있다.

우리 학교 인사캠 미화 휴게실 대부분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만족하고 있었다. 14곳 모두가 온돌을 놓고 에어컨을 설치해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냉장고 △보온 밥솥 △옷장 등의 비품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공기청정기도 새로 들였다. 또한 미화 휴게실은 모두 작업장이 있는 건물 안에 위치하고 성별에 따른 취침 공간이 구분돼 있다. 의자와 탁자가 없는 좌식형태에 관해 묻자 중앙학술정보관에서 근무하는 박순자 도서반장은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며 “창문도 넓고 냉난방 시설도 잘 돼있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딱히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영관과 국제관 미화 휴게실은 지하층에 있어 채광 확보와 환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국제관 미화 휴게실은 지하주차장에 위치해 창문이 없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깥공기와 소음을 피할 수 없었다. 경영관 미화 휴게실 역시 창문이 있지만, 시트지가 붙어있었고 손이 닿기 힘든 높이에 있었다. 두 건물 중 한곳에 근무하는 익명의 미화 노동자는 “공간이 널찍하고 비품도 넉넉하다”면서도 “공기가 탁한데 환기가 힘들고 햇빛이 안 들어 지상층으로 옮겨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까지 지하 2층에 있었던 법학관 미화 휴게실은 현재는 5층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지하 1층에 있었던 수선관 미화 휴게실도 지난해 별관 5층으로 이전했다. 법학관과 수선관에 이어 경영관과 국제관 미화 휴게실의 이전 가능성에 관해 묻자 전략기획팀(팀장 이철우) 김동민 직원은 “학교는 기존 이용자와의 협의 등 사전 기획을 통해 교내 공간을 정리한다”며 “해당 문제 상황을 직접 확인한 뒤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미화 휴게실이 건물별로 한 군데뿐이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작업장이 층별로 나뉜 경우 휴게시설을 각층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화 노동자들은 근무 중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미화 휴게실이 아닌 탕비실이나 창고를 간이 휴게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미화소장은 “업무 동선을 편리화하기 위해 탕비실이나 창고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화 휴게실을 아무 때나 들락거리면 합동작업에 어려움이 생겨 최대한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사실 탕비실이나 창고를 휴게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도 “층별로 근무하는 한 명 때문에 공간을 할애하기는 현실적으로 난감한 상황”이라고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밝혔다.

비대면 상황 속의 업무 강도를 묻자 익명의 미화 노동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적어 쓰레기 양은 줄었지만 강의실 구석구석을 방역해야 한다”며 “업무 강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속에도 교내에서는 미화 노동자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노고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학교와 학우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필수노동자=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회의 생명·안전·사회기능 유지를 위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돌봄 종사자, 배달업 종사자, 보건의료 종사자 등이 해당한다.
 

4명의 미화 노동자가 사용하는 국제관 지하 2층 주차장의 미화 휴게실(9B210) 내부.사진 l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4명의 미화 노동자가 사용하는 국제관 지하 2층 주차장의 미화 휴게실(9B210) 내부.
사진 l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5명의 미화 노동자가 사용하는 중앙학술정보관의 미화 휴게실(3층 경비실 옆) 내부.사진 l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5명의 미화 노동자가 사용하는 중앙학술정보관의 미화 휴게실(3층 경비실 옆) 내부.
사진 l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8명의 미화 노동자가 사용하는 경영관 지하 3층 서점 옆 미화 휴게실(33B308) 내부.사진 l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
8명의 미화 노동자가 사용하는 경영관 지하 3층 서점 옆 미화 휴게실(33B308) 내부.
사진 l 김선진 기자 hupfen@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