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지윤 기자 (nanana@skkuw.com)

인터뷰 -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

고통을 느끼는 모든 동물에게 자유를
동물이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인간의 이기심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권리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단체가 있다. 바로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이다. 동해물을 설립한 이지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동해물에 대해 소개해달라.
동해물은 종차별주의를 극복하고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2017년에 발족됐다. 동물은 인간과 같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다. 그런데도 △농장동물 △모피동물 △반려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등 인간의 이기심으로 착취당하고 고통받는 동물이 많다. 이에 동해물은 해외 동물단체들에서만 논의되던 ‘동물 해방’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동물 해방이란 동물을 시혜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철폐 논의를 동물에게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목표로 집회나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담론을 형성해 동물을 위한 법이 제정되도록 힘쓰고 있다. 동해물과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동해물결인’이라고 하는데, 동해물결인과 함께 세상을 향해 동물의 권리를 외치고 있다.

동해물에서 진행한 캠페인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황금 개의 해였던 2018년, 개 도살금지를 주제로 캠페인들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는 코끼리 보전을 위해 코끼리 동상으로 순회 전시를 했던 영국의 ‘코끼리 퍼레이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하게 된 ‘꽃개 프로젝트’다. 꽃개 프로젝트는 개 농장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 시도로, 박진우 작가가 학생들과 제작한 1m 정도의 개 동상을 전국을 순회하며 전시했다. 8개의 개 동상에는 물·풀밭 등이 채색돼 있는데, 이 그림들은 깨끗한 물과 푹신한 흙 등 농장 속 개들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을 상징한다. 동물이 받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캠페인에 예술적 요소를 가미한다면 동물의 권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아지 인형으로 가득 채운 철망을 트럭에 싣고 서울을 순회한 ‘악당 트럭’ 캠페인도 있다. 개들이 짖는 소리를 틀고 ‘지금 이 개들은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이 캠페인은 시청각적으로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SNS를 통해 많이 공유됐다. 개 도살금지 외에도 동물 쇼 철폐 운동, 탈육식 캠페인 등 여러 방면에서 동물권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여러 활동을 진행하며 보람찼던 순간은.
동해물을 통해 동물 해방을 위한 행동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오랫동안 기획했던 캠페인이나 집회가 언론의 조망을 받을 때도 기분이 좋다. 언론 보도는 대중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도달했는지 알려주는 잣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에서 다뤄지면 정치권에서 입법 움직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동물의 권리를 위한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뿌듯하다. 

또한 활동 3년 차부터는 활동가 모임, 동물권 읽기 모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 해방을 주제로 소통할 수 있었다. 모임 참여자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 동물을 위해 어떤 활동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할지 공부하는 모임과 온라인 커뮤니티도 기획 중이다. 

현행 동물 관련 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물을 아무렇게나 대할 수 있는 물건처럼 여기는 것이 큰 문제다. 모든 동물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지닌 존재다. 하지만 법은 그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고 있지 않다. 비록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반려인이 있는 동물의 권리만을 인정해주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반려인과 집에서 지내든 개 농장에서 착취되든 같은 고통을 받는 존재인데 법에서는 이 둘을 구별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동물권에 관해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물 관련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게는 동물권 관련 콘텐츠의 공유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논란이 된 동물권 침해 사례 영상을 지인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나아가 본인이 직접 여러 동물권 단체의 행사나 착취 반대 서명운동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동물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동물권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동물성 제품에 대한 소비가 존재하는 한 동물의 고통은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육식이 줄어들고 동물을 식용으로 바라보지 않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동물들이 고통받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김지연 대표.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
이지연 대표.
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
'꽃개 프로젝트' 개 동상.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
'꽃개 프로젝트' 개 동상.
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