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한번도 안 할 수 있어도 한번만 할 수는 없는 마약류
마약류 중독에 관한 인식 및 예산 모두 부족해

지난해 말 언론에서 ‘바티칸 킹덤’으로 알려져 있던 국내공급책이 포함된 마약류 판매 조직이 대거 검거됐다. 이때 △국내총책 △판매총책 △중간판매책 △소매책 등도 함께 검거되며 텔레그램 마약 시장을 주도하던 조직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국내 마약류 범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심각한 중독을 초래하는 마약류
마약류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 중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것으로 관련 법규에 따라 규제 대상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물질을 말한다. 현행법상 마약류는 △대마 △마약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보편적으로 이를 마약이라는 단어와 혼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마약류다. 이외에도 마약류가 아닌 물질 중 마약류 대용으로 남용되는 임시마약류가 있다. 현행법상 이는 마약류와 동일하게 관리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사범은 18050명으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특히 2019년 전체 마약류사범 중 20~30대가 47.6%를 차지하는 등 청년층의 마약류 범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약류범죄계수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범죄로 단속되는 인원을 일컫는 말로, 20이 넘으면 급속한 확산 위협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마약류범죄계수는 34.8로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마약류사범으로 집계된 인원으로만 계산된 것이다. 법무법인 진실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류 범죄는 암수 범죄로 드러나지 않은 숫자가 더 많다”며 “암수율을 계산해보면 훨씬 더 많은 마약류사범이 우리 사회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NS 및 다크웹으로 이뤄지는 거래는 국내 마약류 범죄의 증가를 부른다. 청소년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SNS에서도 마약류 광고는 쉽게 눈에 띈다. 실제로 트위터에 필로폰을 뜻하는 ‘아이스’, 대마초를 뜻하는 ‘떨’ 등의 마약류 은어를 검색해 본 결과 실제 마약류 사진과 함께 ‘전국 24시’, ‘보안 확실’ 등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IP 추적이 어렵고 해외 마약류 공급자와 연락이 용이한 다크웹과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마약류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년층의 마약류 접근성이 높아졌다. 대경대 경찰행정학과 장철영 교수는 “청년층의 비중이 증가하는 원인을 단언할 수는 없으나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불법 마약류 소비에 관한 인식이 가벼워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마약류는 공부 잘하는 약, 잠이 안 오는 약 등으로 홍보되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클럽에서 친구가 마약류를 하는 걸 보고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쉽게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마약류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장 교수는 “연예인과 재벌의 잇따른 마약류 투약 사건이 유튜브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면서 모방 범죄가 늘고 있다”며 “심지어 유튜브에 특정 키워드를 조합해 검색하면 마약 체험담 콘텐츠가 수백 건가량 검색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마약 매트리스, 마약 김밥 등 마약이라는 단어가 실생활에서 쉽게 쓰이며 마약류에 관한 경각심을 낮추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2020년 마약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마약 용어의 상업적 사용으로 마약류 위험성 인식이 저해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응답자는 68.1%로 조사됐다.

마약류 문제 대처 이대로 충분한가
마약류 범죄의 증가와 심각성에 비해 마약류 양형기준이 낮다는 여론이 있다. 검찰의 ‘2018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로 기소된 4199명 중 41%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실형이라도 징역 1~3년에 그치는 경우가 약 34%였다. 장 교수는 “솜방망이 처벌이 마약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 투약사범과 매매·유통사범을 따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변호사는 “마약류 사범의 유형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다르게 존재하고 실제로 낮은 편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마약류 문제에 관해 개별 기관 차원에서 정책이 추진돼 유관기관의 상호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마약류 정책에 있어 산업관리는 대검찰청과 식약처, 예방·교육·홍보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치료·재활은 보건복지부 등이 담당하고 있다. 식약처 산하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활동하고 있지만 비정부기구일뿐더러 예산이 부족해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박 변호사는 “현재 마약류 예방 및 재활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지원받는 예산은 우리나라 인구 대비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마약류 중독자 검거 이후에도 치료·재활, 사회 복귀까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지휘 본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약류를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지만 마약류 예방과 관련한 조기 교육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각성 물질 위험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6.2%에 달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을 양성해 마약류 종류뿐만 아니라 중독 결과 및 도움 요청 방법 등 마약류 전반에 관한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벌만으로는 불충분한 마약류 문제 국민 인식 개선 필요해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류 정책은 검거 및 처벌 단계에 집중돼있다. 이 때문에 마약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감 단계부터 출소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치료시스템은 미비하다. 국립부곡병원 약물중독진료소 장옥진 소장은 “해외에서는 사법시스템과 치료시스템의 연계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가 많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체계가 부재하다”며 “마약류사범 중 치료시스템으로 연계되는 인원은 매년 300명 미만”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버닝썬 사건 이후로 마약류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후속 대책에 있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마약류 중독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정부지정 치료기관은 21개에 불과하며 이조차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 소장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의학적 처치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치료시스템이 우선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가 마약류에 대한 국민 인식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마약류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경향은 치료·재활에 관한 논의를 저해한다. 박 변호사는 “마약류 중독은 뇌 질환의 일종으로 단순 투약자의 경우 환자로 보고 처벌보다는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는 국제적 논의가 있다”며 “치료가 되지 않으면 재범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회전문 효과가 계속해서 발생하므로 근본적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해서 꾸준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박 변호사는 “마약류의 끝은 자살 아니면 심장마비”라며 “평소에 꿈꾸던 멋진 삶을 살기도 전에 평범한 삶조차 누릴 수 없기 때문에 마약류에 관해 호기심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ㅣ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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