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인터뷰 - '반크(VANK)' 글로벌청원팀 김현종 팀원

작은 겨자씨의 믿음으로 지속해온 한국 바로 알리기
역사 왜곡은 하나하나 수정해가는 ‘핀셋 대응’으로 대처해

‘중국은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빨간 것이 중국의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빨갛다고 다 중국의 것이 아닙니다. 김치는 한국에서 시작된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입니다. 중국의 문화 패권주의를 막아주세요!’ 지난 2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중국의 문화 침탈 흐름을 비판하고자 글로벌 청원을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반크는 △갓 △고구려 광개토대왕비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위험성 △일본 군함도 한국인 강제 노역 등을 청원 주제로 삼으며 한국의 입장을 알려왔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전 세계인에게 바로 알리고자 힘쓰고 있는 반크의 글로벌청원팀 김현종 팀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크에 대해 설명해달라.
반크(VANK)는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영어 약자로, 세계에 한국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출범한 민간단체다. 1999년 박기태 단장에 의해 제작된 한국인과 외국인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작은 펜팔 사이트로 시작됐다. 이후 2001년부터 동해와 독도의 국제 표기를 위한 활동을 기점으로 한국 바로 알리기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동해와 독도 알리미에서 더 나아가, 직지심체요절을 홍보하거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등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눈에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겨자씨가 거대한 나무가 되고, 이 나무가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처럼 반크의 활동이 세계적인 파장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반크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크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반크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외교관 교육과 월드체인저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달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반크 회원 자격으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다. 또한 2019년부터는 글로벌 청원을 진행해 반크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국을 알리는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청원은 한국의 입장을 알리고 지구촌 구성원의 협력을 얻는 활동으로, 전 세계 4억 명이 가입된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change.org)’를 통해 진행된다. 처음 진행된 글로벌 청원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욱일기 응원을 묵인하는 국제올림픽 위원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청원으로,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110개 국가에서 총 7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후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 한국인 인종차별 문제를 조명하는 등 현재까지 53개의 글로벌 청원을 진행해왔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크의 입장과 대응은.
동북공정이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이 추진한 동북 지역 역사 연구 프로젝트다. 동북공정은 종료됐지만 역사 왜곡 문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의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한국사가 중국의 역사로 잘못 소개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적혀 있거나 조선이 중국에 편입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김치나 한복 등 명백한 우리 전통을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문화 침탈의 흐름도 나타났다. 중국의 대표 소셜 미디어 ‘웨이보’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도 김치나 한복 같은 한국 전통을 중국의 문화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에 반크는 잘못된 사실을 하나하나 대응하고 고쳐가는 ‘핀셋 대응’을 취한다. 얼마 전까지 구글에 김치의 기원을 검색하면 중국이라고 잘못 소개되기도 했다. 반크와 전 세계 한인 단체들의 노력으로 이 결과를 지우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반크는 중국 누리꾼이 삼계탕을 자국 문화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박문을 내기도 했는데, 이후 댓글 테러를 당하고 적반하장식 협박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역사 왜곡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옥스퍼드와 같은 유명 영어 사전에 한복이나 갓 등 우리 문화의 고유 명사를 사전에 등록하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한다.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란에 어떻게 대응해왔는가.
지난 2월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표현하며 역사를 왜곡한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논란을 접했다. 반크는 그의 논문을 직접 구해 읽어보며 그 심각성을 확인했다. 이후 글로벌 청원팀에서 청원을 진행하고 하버드대 학장에게 논문 철회와 램지어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여러 차원의 노력을 이어갔다. 반크는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버드대 총장 명의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하버드대 측에서는 논문 저술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는 사항이므로 해당 논문을 철회하거나 램지어에게 징계를 내릴 수 없다며 반크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반크는 영문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는데, 그 현장 사진이 세계 주요 외신에 알려지면서 한국의 입장을 알릴 수 있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의 것을 우리 것이라고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우리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이 한국 문화를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미디어 매체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미디어 콘텐츠는 전 세계인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제작자라면 우리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크는 앞으로도 세계 각국에 한국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핀셋 대응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다만 이것이 혐오의 감정이나 그릇된 이데올로기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김현종 팀원.사진 I 이지원 기자 lij01@
김현종 팀원.
사진 I 이지원 기자 lij01@
반크가 검토 중인 해외 역사책.사진 I 이지원 기자 lij01@
반크가 검토 중인 해외 역사책.
사진 I 이지원 기자 lij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