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수진 기자 (waterjean@skkuw.com)
일러스트 김지우 기자 webmaster@

무기가 역사를 바꾸기도 해
무기에 대한 윤리적 논의 필요해

국가의 군사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군사력은 무엇을 통해 확보될 수 있을까. 바로 ‘무기’다. 흔히 떠올리는 총기부터 새로 개발되고 있는 킬러로봇까지 다양한 무기가 국방 수호에 사용된다. 그렇다면 무기란 무엇이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러 전투 속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무기의 역할을 살펴봤다. 

뭉쳐야 산다, 무기체계
무기란 가해력을 가진 기구로, 전투에서 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를 의미한다. 총과 전차 등 직접적으로 적에 피해를 주는 무기부터 서버 공격으로 전력을 마비시키는 간접적 무기까지 다양한 무기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무기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하나의 무기체계를 이뤘을 때 효율이 극대화된다. 무기체계란 무기와 관련된 물적·인적 요소와 무기가 종합된 체계다. 예를 들어 전투기는 전투기 자체와 함께 관제 시설, 조종사, 활주로 등 여러 기술이 복합된 무기체계로써 운용된다. 우석대 군사학과 이승현 교수는 “무기체계는 여러 요소의 작동 성질을 사용해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며 “무기의 사용 목적인 공격·방어 임무의 수행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무기의 역사’와 ‘무기와 역사’ 
‘인간의 역사는 무기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기와 역사는 서로 밀접한 관계 하에 발전했다. 돌 찌르개부터 핵무기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무기는 수많은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로 권력이 움직이는 과정에서도 무기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고대에는 창, 칼, 방패 등의 무기가 활용됐는데 무기의 세세한 모양새는 국가마다 달랐다. 고대 그리스 군대의 경우 ‘사리사’라는 장창을 사용했다. 길이가 2.5~5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사리사를 사용한 고대 그리스군은 묵직한 무기를 통해 전투에서 승리를 이어나가 고대 그리스 문화를 융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세력이 약화된 것 역시 무기의 역할이 컸다. 로마군은 사리사에 비해 짧은 양날 검인 ‘글래디우스’와 던지는 투창인 ‘필룸’을 함께 사용해 그리스군의 진영을 흐트러뜨렸다. 이로써 서양 고대 문명의 권력 중심지가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로 이동했다. 

한편 화약의 개발로 인해 무기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화약은 유황, 목탄 등으로 구성된 혼합물로 강력한 폭발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화약의 폭발 에너지를 이용하면 사람이나 말 등 동물의 근력 없이도 투사체를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다. 화약 무기가 확대되며 전술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 교수는 “화약을 사용하면 인간의 힘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화약의 등장으로 인해 방어 위주에서 공격 위주의 전술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투 양상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프랑스 대혁명이다. 이 교수는 “꾸준한 군사 훈련을 받은 기존의 기사 계급을 상대로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남성과 여성이 전투를 일으킨 것”이라며 “화약으로 작동되는 총의 발전이 혁명의 배경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제작된 미술 작품을 보면 전투에 참여한 여성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더불어 화약의 도입은 무기의 보편화에도 기여했다. 기존에는 오랜 시간 전투 기술을 연마해야 했다면, 화약 무기를 통해서는 적은 노력으로 전투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 무기 사용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수호신, ‘현무’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떤 무기가 사용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유도무기, 지상무기 등 무기체계에 따른 다양한 무기가 존재한다. 이 중 유도무기는 탄두가 있는 무인 비행체를 발사해 목표물을 타격하도록 유도하는 무기다. 이는 맞추고자 하는 대상을 정밀히 타격할 수 있어 재래식 무기체계보다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유도무기가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유도무기가 등장한 배경과 관련해 파악할 수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빠른 전투기의 사용이 증가해 정확한 조준이 어려워지자 이를 타격하기 위해 유도무기가 개발된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유도무기의 명중률이 높아지며 의도치 않은 민간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동시에 무기에 대한 적군의 두려움도 커져 무기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개발한 ‘현무’가 바로 이런 유도무기 중 하나다. 현무는 지상에 고정된 목표 표적을 타격하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이란, 로켓 추진제를 연소해 일정 방향과 궤도로 비행한 후 연소가 끝나면 인력에 의해 탄도 궤도를 비행하는 유도무기다. 유도무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두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할 유도장치가 필요하다. 현무는 탄알이 명중하는 지점인 탄착까지 유도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로켓이 연소되는 지점까지만 유도한다. 연소 후에는 지구의 관성을 따라 미리 입력한 탄착점과 궤도를 자율 비행하는 관성 항법 방식이기 때문에 중간에 변수가 생겨도 높은 명중률을 보인다. 비행기의 오토파일럿 모드와 같이 비행체의 회전과 위치 이동을 계산해 목표물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정밀유도무기에 적용되는 관성 항법장치를 보완함으로써 더욱 정밀히 유도하기 위해 *영상대조항법 등이 사용돼 유도무기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이에 조선대 군사학과 장상국 교수는 “이러한 항법시스템은 *재밍이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며 “이에 대한 보호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무는 거듭 개량돼 오늘날 사정거리는 약 800km에 달한다. 멀리 떨어진 곳의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어 방어 전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 800km라는 사거리는 기술적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미사일의 성능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른 제한이다. 지난 22일 펼쳐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 해제가 합의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기존의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 등 미사일 개발 규제에서 벗어나 ‘미사일 주권’을 확보했다. 

무기를 사용하는 건 결국, ‘사람’
인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온 무기는 오늘날 높은 정확도와 효율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무기체계의 발전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무기의 본 목적과 달리, 오히려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교전에 쓰인 신무기 ‘아이언돔’의 영향이 그 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은 적의 박격포탄, 로켓포 등의 움직임을 탐지해 공중에서 격추시킨다. 팔레스타인은 이러한 아이언돔 시스템을 뚫기 위해 더 많은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 역시 아이언돔을 통한 방어와 동시에 공습을 실시했다. 지난 20일 유엔과 이집트 등의 중재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32명, 이스라엘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후였다. 

미래에는 군사용 킬러로봇과 같은 자율형 로봇이 무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런데 만약 AI를 기반으로 한 킬러로봇이 자율적 판단을 내려 임무를 수행한 결과, 의도치 않게 민간인이 사망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로봇이 스스로 책임질 능력이 없는 이상 책임 소재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장 교수는 “기술이 새로 만들어지고 발전하며 동시에 여러 윤리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무기 발전의 방향성을 조언했다. 

 

현무 탄도미사일의 훈련 장면.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영상대조항법=디지털 카메라나 레이저 스캐너 등의 영상 자료를 통해 물체를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항법.
재밍=적의 통신 체제를 방해하기 위해 레이더의 수신 대역 내 주파수로 방해 신호를 송신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