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지윤 기자 (nanana@skkuw.com)

 

인터뷰 - 국어문화원연합회 김미형 회장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공공영역의 언어
역동적 실천의 형태인 바른 국어문화를 위해

팬데믹을 대감염으로, 스크린 도어를 안전문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외래어들을 쉬운 대체어로 다듬은 예다. 2017년 3월 개정된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어려운 용어로 인해 배제되는 국민이 없도록 공공 영역의 언어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국어문화원연합회 김미형(공공언어학회장, 상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어문화원연합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어기본법 24조에 따라 전국의 국어문화원이 모여 구성한 사단법인으로 전국 거점 국어문화원들을 연계해 우리 사회의 국어 문화를 바르게 세워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 쓰는 언어는 그 자체가 문화다. 국어 자체가 바로 문화라는 정태적 인식을 넘어 국어 문화란 사회적으로 향유ㆍ확산해야 하는 역동적 실천의 형태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자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화장실 자체를 문화라고 하지 않고 화장실을 청결히 쓰려는 사회적 실천이 형성될 때 화장실 문화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은 무엇인가.
공공언어 개선사업은 우리 사회의 공공영역에서 사용되는 국어가 쉽고 바르고 품격 있게 표현돼 국민 소통에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일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새로운 개념과 외국어의 남용으로 언어의 이해가 더욱 힘든 환경이 됐다. 어려운 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비인권적 행위인데도 공공언어 사용자들은 이를 소홀히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화 시대에 정작 국민이 모르는 정보가 넘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이런 불통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 또한 정부 복지사업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어려운 행정용어로 인해 공공기관에서 낭비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생소한 용어를 최대한 빨리 쉬운 말로 고쳐 새말 대체어를 홍보하며 정부 문서 담당 공무원과 언론에 요청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낱말이 일단 쓰이기 시작하면 다듬은 말로 바꾸기 어려우므로 사회에 유행되기 전에 서둘러 하려고 하나,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새말 대체어를 보고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국민 인식도 조사를 해보면 표현이 이상한 듯해도 외국어를 그대로 한글 표기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중앙에서 국립국어원과 한글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이 일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각 거점 국어문화원이 도청이나 지방자치단체 기관들과 협조해 공문서 진단, 상담 및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언어 개선이 공공기관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유가 있는가.
우리가 관여하는 분야는 국민의 사적인 언어생활이 아니라 공공언어 영역이다. 공공이란 모든 사람에게 두루 관련되는 것이므로 공익을 추구해야 하며 이는 어느 정도 정부가 담당할 몫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국어원과 정부 부서가 국민의 공공언어 영역에 책임을 지고 정책을 세우고 민간 분야와 협업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한글은 세계의 모든 언어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할 수 있는데 이것이 외국의 언어 환경과 많이 다른 점이다. 어떤 나라도 한글과 같이 표기력이 뛰어난 문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런 만큼, 외국에서 국가가 국어 생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며 우리 정부의 공공언어 관련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도맡아 책임져야 할 만큼 한국의 외국어 남발과 국어 사정은 심각하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사용되는 낯선 용어가 그 내용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일이 허다한데, 사람들은 어려운 단어가 나와도 그 정보의 진의를 모른 채 대충 안다며 지나가는 것이다. 이런 언어 환경 속에서 국민의 사고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사회의 심각한 갈등은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이 섞여 있는 우리의 국어 환경에도 한 원인이 있다고 본다. 
 

공공언어가 세대 간 언어의 괴리를 줄여줄 수 있을까.
사회에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며 각 세대 별로 아는 내용도 다르지만, 모국어로서의 한국어 기초 어휘 실력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언어는 난이도 기준을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잡는다. 이 기준에 따라 일상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금후 △시방서 △차폐 등의 어려운 한자어와 △벙커링 △배리어 프리 △이니셔티브 △퍼실리테이터와 같은 어려운 외국어는 공공언어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 세대별 사적인 언어생활에서는 그들이 소통하는 표현을 쓰면 되지만, 공공언어 영역에서는 이런 용이성을 고려해야 한다. 공공언어 영역에서 이것이 잘 지켜지면, 세대 간 언어 괴리는 줄어들 수 있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잘 받은 젊은 세대는 외국어 남용 환경에서 무리 없이 잘 생활할 수 있어도 부모, 노인 세대의 경우 어려운 말로 인해 소외감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공공영역에서 어려운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비인권적 행위다. 청년들이 공공언어의 쉬운 표현을 위한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모두가 영어를 배운 세대로 구성되는 사회가 오겠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상대방은 바로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김미형 회장 제공
ⓒ김미형 회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