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다채롭게 변화하는 언어의 여러 얼굴 
폭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풍부한 언어 사용 가능해

한국어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정의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울 때가 많다. 한글과 한문,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가 한국의 언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용될 디지털 언어도 한국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21세기는 수많은 언어가 공존하는 다(多)언어 시대다. 그 안에서 우리의 언어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국어 교육,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교육부는 2015년 교육과정 개정 고시에서 “국어 교육의 목적은 크게 우리의 공용어로서 국어 사용 능력을 기르고 국어 발전에 기여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를 이해ㆍ향유하고 발전에 참여하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어 교육은 학령에 따른 세부적 교과의 구성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기초 언어능력을 기르는 초등학교의 경우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등 영역별로 세분됐던 과정이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단일 ‘국어’로 통합됐다. 

다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 위주의 교과과정이 구성되며 국어의 다양성과 발전을 다루는 측면에서의 교육은 다소 수축된다는 지적이다. 우리 학교 원만희 교수는 “국어가 현대적인 언어로써 잘 쓰이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국어 교육의 역할을 짚었다. 
 

기성세대에게 한문이 있다면 신세대에게는 영어가 있다 
기존의 국어 문해는 한글과 한문 능력을 모두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1972년 한글 전용화 정책의 시행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가 삭제돼 지금까지도 초등학교의 국어 수업은 한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신 한문이 중ㆍ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도입됐다. 우리 학교 한문교육과 진재교 교수는 “한문은 오랫동안 한글과 함께 사용돼 국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고 우리의 어문 생활에 크게 기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4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한문은 선택과목으로 전환되며 상대적으로 위상이 약해졌다. 진 교수는 “한문이 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 교육 현장에서도 인식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중ㆍ고등학교에서는 한문 대신 영어 중심의 교육 체계가 구성됐다. 영어의 경우 한문과 달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된다. 또한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초등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계획’을 통해 2021년까지 보다 풍부한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영어 교육이 초기 학령기부터 이뤄지는 추세다. 
 

21세기의 새로운 언어, 디지털 언어 
현대에는 언어의 개념이 확장돼 코딩이 디지털 언어라는 하나의 새로운 언어로 여겨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언어를 독해하는 능력으로서의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도 함께 등장했다. 사단법인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이하 디지털교육협회)에 따르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크게 9개 역량으로 구분하며 △기술 △데이터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이러한 디지털 언어의 등장은 교육 영역에도 반영됐는데 2010년부터 중학교에서 필수로 도입된 ‘정보’ 교과목이 그 예다. 2015년에는 국가 주관으로 SW(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의 양성과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SW중심대학 사업이 시작됐다. SW중심대학에 선정된 학교들이 교육과정을 혁신함에 따라 코딩 교육이 필수 교양으로 다수 개설됐다. 이에 대해 디지털교육협회의 박일준 회장은 “사고력과 창의력 중심의 코딩 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디지털교육협회는 국내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과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다만 누구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만큼 프로그래밍 교육은 과열되지 않게 개별적 수요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의 사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만큼 건강한 디지털 활용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언어도 균형을 맞춰 융합적으로 발전해야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디지털이 아닌 기존 언어에 대한 꾸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언어에 대한 교육은 갈수록 디지털 환경을 많이 접하게 될 미래 세대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역시 기존 리터러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디지털 기술 덕분에 지식이 점차 양적질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원 교수 역시 “폭넓은 사고를 위해서는 다양하게 읽고 쓰며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언어 능력이 전제돼 있다면 디지털 언어도 더욱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