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이화 (exhwa@skkuw.com)

경기도 내 수술실 CCTV 설치한 첫 민간병원

CCTV 설치 후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높아져

 

수술실 CCTV가 설치되면 진료 위축과 방어수술이 조장되지 않을까? 무분별한 의료소송으로 의료진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아닐까? 국민병원은 경기도에서 최초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한 민간병원이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국민병원 최상욱 원장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계기로 병원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 하게 됐나.

평소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수술실 CCTV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22일 경기도에서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지원사업’에 참여할 의료 기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공고를 보고 사업에 신청했고 지원 대상에 선정돼 국민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됐다.

수술실 CCTV 설치 전후 의료진의 반응은 어땠는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의료진은 없었다. 감시의 목적으로 사용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CCTV를 다들 담담히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CCTV 설치 후에도 별다른 불만이 없었고 수술도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 됐다. 환자로부터 CCTV 녹화 동의를 받는 것과 수술실 CCTV 버튼을 누르는 것 만 제외하면 CCTV 설치 전후 달라진 것은 없다.

수술 중 CCTV 녹화에 동의하는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수술실 CCTV 설치로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가 상승했다고 보는가.

약 80%가 수술 중 CCTV 녹화에 찬성한다. 여성은 대부분 녹화에 동의하며 남성은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CCTV 녹화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안전사고를 크게 염려하지 않아 동의하지 않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후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는 상당히 상승했다고 본다.

CCTV 설치로 진료 위축과 방어수술이 조장되고 의료소송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CCTV를 설치한 입장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CCTV는 수술실에 누가 있는지, 수술실이 어떤 상황인지 등 전반적인 모습만을 촬영한다. 세부적인 수술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방어수술이 조장될 가능성은 적다. 실제 CCTV를 설치한 이후 CCTV로 인해 의료진이 위축되거나 의료진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없었으며, 평소처럼 수술이 진행됐다. 같은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로 의료 소송이 증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유령수술이나 대리수술 같이 명백한 의료부정행위가 아니라면 의료소송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병원 역시 의료 소송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CCTV를 설치한 지 10개월 정도 된 지금까지 우리 병원에 의료소송이 제기된 적은 없었으며 CCTV 영상을 요구한 환자나 보호자도 없었다.

수술실 CCTV를 설치할 때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없었는가.

수술실 CCTV는 다른 CCTV와 달리 모니터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고, 비밀번호를 아는 소수의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CCTV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적다. 병원 내 다른 CCTV는 인터넷에 연결돼 관리자가 다른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수술실 CCTV는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아 해킹의 우려가 매우 적다. 관련 법에 ‘수술실 CCTV는 인터넷 연결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다.

CCTV 사용 목적과 열람 기준 등을 어떻게 규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민병원에서는 수술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CCTV 열람이 가능하다고 환자 분들께 설명한다. CCTV에 녹화된 내용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워터마크 삽입이나 모자이크 처리 같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로 환자분들이 요청할 때마다 CCTV 녹화 영상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사 입장에서는 소송이나 의료중재원의 중재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열람을 허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들어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의사들의 주장은 모두 의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수술실 CCTV는 의사가 다시 ‘의사 선생님’ 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요구에 의해 의료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상징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CCTV를 설치했으면 좋겠다.

 

사진 ∣ 최상욱 원장 제공
사진 ∣ 최상욱 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