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하진 (noterror0404@skkuw.com)

인터뷰 - 폭염연구센터 이명인 센터장

최소 10일 전에 폭염 예측해야 적절한 대처 가능
더 정확하고 빠른 수치예보모델 개발해야

한여름이 되면 폭염을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가 일상이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C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C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될 때 발령된다. 그렇다면 폭염이 언제 올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는 어떻게 아는 것일까? 폭염연구센터 이명인 센터장에게 폭염 예측과 관련 기술의 전망을 들어봤다.


폭염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폭염연구센터는 기상청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2017년에 설립된 기관으로, 기후변화로 한반도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폭염의 원인을 규명하는 역할을 한다. 폭염은 여느 자연재해 못지않게 커다란 인명피해를 일으킨다. 2018년 대폭염 이후로 폭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정부에서는 폭염을 자연재해대책법 내 법정 자연재난에 새롭게 추가했다. 현재 정부는 폭염이 찾아올 것을 예측해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기상청의 특보에 따라 방재 대책을 수립한다. 한편 현재 기술로는 폭염을 단기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어 대책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 폭염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0일 전에 폭염을 예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해 의사결정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예측기술의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폭염연구센터는 3일 이내 폭염 단기예측의 정확도 향상과 10일 이상 폭염 중기예측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 이외에도 현재 기상청 관측이나 예보가 지원하지 못하는 ‘도시 상세 열지도 분석 기술’을 AI나 *전산유체역학모델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다.

전 지구 범위의 분석 및 예측 자료는 우리나라 기상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 폭넓게 입수한다.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 수치예보모델을 만들어 향후의 기후를 예측하는 것이 폭염연구센터의 연구 방식이다. 수치예보모델이란 대기 상태와 운동을 지배하는 역학과 물리 방정식을 사용해 지구의 기상 시스템을 기상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기상 예측에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구 전체의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10km 해상도로 지구를 구획한 자료를 사용하는 전지구모델을 쓰는데, 기상청에서 한반도의 날씨 및 기후를 예측할 때는 1.5km 해상도 자료를 이용하는 국지예보모델을 쓴다. 폭염연구센터가 새롭게 자체 개발하고 있는 모델은 도심을 수 미터 단위로 촘촘하게 구획해 건물, 도로 등의 온도 변화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열섬 현상에 관련해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가.
열섬 관측을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량 △조밀한 온도 △지면 조건 △풍속 △풍향 등의 관측 요소가 필요하다. 도시마다 인구밀도, 입체적 건물 분포, 주위 지형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 도시의 열섬은 고유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7월 22일 서울관측소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는 31.3℃, 노원구는 29.3℃로 기온이 2℃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처럼 도시마다 열섬의 강도와 열섬 발생 양상 등이 상이하므로 열섬 현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특징을 상세히 연구하고 이를 예측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열섬 현상으로 인해 도시 내부 기온이 기상청 대표 관측소 기온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예상보다 폭염이 심할 때면 위기경보 수준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관측소 측정에만 의존한다면 실제 생활 공간과의 기온 차이로 인해 부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에 폭염연구센터는 AI를 이용해 서울 내부의 건물 밀집도나 높이, 사용 형태에 따라 열섬 특징을 연구해 서울의 열섬 진행 양상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폭염 연구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폭염을 예측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기 및 중기 예측 정확도도 향상되는 중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상청은 온도뿐만 아니라 폭염이 야기하는 여러 피해를 예상하는 ‘영향 예보’를 도입해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아직까지 전 세계가 폭염에 대한 장기 예측 기술이 없는 것이 아쉽다. 봄철에 미리 여름철 폭염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면 막대한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예측 기술이 진일보해 장기 예측에 다가설 것으로 전망한다.

◆전산유체역학모델=유체의 동적인 움직임을 계산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전지구모델을 활요한 동북아시아의 일기도.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 캡처
전지구모델을 활요한 동북아시아의 일기도.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