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드라마 <오징어게임> 은 비단 서바이벌 게임이 줄 수 있는 긴장감 및 서스펜스를 잘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연과 배경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중 의학도로서, 참가자로 등장한 의사의 모습을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해보았다. 의사는 의료사고로 인해 빚을 진 탓에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이 의사는 일부 주최 측과 몰래 연합해 사람들의 장기를 적출하는 수술을 돕고, 게임에 필요한 정보와 물자를 얻는다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의사로부터 불법적인 장기 적출, 대리수술이라는 두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째, 불법적인 장기 적출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의사.
어떤 위협이 닥치더라도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아야 하며,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존중히 여겨야 한다. 이는 의사 윤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불문율인 제네바 선언에서도 명시돼 있는 내용 중 하나다. 장기적출은 시신이 완벽히 숨을 거두거나 더는 정상기능으로의 회복이 불가한 것이 일단 확실히 확인된 후, 보호자의 정당한 승인을 거쳐 이뤄져야 하는데 오징어 게임 속 의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지키지 못했다. 무엇보다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그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실에서도 불법적인 장기 적출은 큰 문제가 된다. 장기 적출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특정 질병으로 인해 장기 이식이 급한 사람, 그리고 그 사이의 브로커가 중심이 되어 발생한다.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 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신분 위조 및 세탁도 서슴지 않는다. 무엇보다 불법 장기 이식에 참여한 환자들은 제대로 된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한 탓에 수술 이후 숨지거나 다양한 합병증을 호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중국에서, 의사들이 뇌사자나 교통사고 환자들의 보호자들로부터 가짜 동의서를 얻은 후 장기적출을 강제로 감행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얻은 장기를 개인과 병원에 판매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음지의 경로를 통해 일어나는 장기 적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글을 쓰는 나조차 생명이 위협받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륜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 속 의사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현실에서도 이는 큰 문제점이 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대리수술에 대해 비판하는 집행관. 
오징어 게임 속 집행관 중 한 명은 자기도 조금만 배우면 장기적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며, 대리수술이 일어나는 현실을 꼬집어 의사를 조롱한다. 대리수술이란 환자가 마취된 틈을 타 합의된 집도의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마취된 사람에 대해 신체를 절개, 절단, 적출하는 유령수술을 진행하는 범죄행위다. 대리 수술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흔히 유령수술공장이라는 곳에 취직하여 불법적 임상경험을 습득한 정체불명의 사람들부터 간호조무사, 외국인 무면허의사, 심지어는 인체해부학에 관심이 많은 미술전공자나 전기톱을 잘 다루는 의료기 영업사원, 정육점 직원들까지도 그 대상이 된다. 

대리수술은 성형수술과 양악수술의 경우 특히 그 빈도가 높고, 그 이외에 척추수술이나 렌즈교환술과 같은 비급여수술에서 역시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대리수술을 거친 환자 중 일부는 장애를 가지거나 상해를 입게 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대리수술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이 2023년부터 정식 실행될 예정이지만, 여태껏 한국에서는 대리수술이 빈번히 일어났으며, 여전히 그 문제는 심각하다.

결론적으로 불법적인 장기적출, 대리수술이라는 문제는 모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비윤리적 발상에 기인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거액의 돈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는 오징어게임의 배경 속 장기적출과 대리수술의 잔혹함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현실과 연결되는 심각한 의료적 문제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오징어게임>은 분명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인성(의예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