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노벨 생리의학상 - 의학과 최지원 교수】

통증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하면 ‘매운맛’을 빼놓을 수 없다. 매운맛은 ‘맛’이 아닌 ‘통증’에 속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근대적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유해 자극에 의해 발생한 신호가 신경을 타고 뇌에 전달돼 인지되는 감각이다. 이때 통증의 크기는 자극의 종류와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통증은 전달 과정에서 자극 신호가 변조 및 가공되는 다면적 경험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특정 역치 이상의 자극이 조직이나 세포 손상을 초래하면 인체는 이를 유해 자극으로 인지해 적절한 통증 행동을 유발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여기서 자극에 반응하는 ‘통증 수용체’는 특정 자극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다양한 수용체를 포함한다. 화학적 자극에 반응하는 수용체, 조직 손상에 반응하는 수용체 등이 있다. 하지만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이 수용체에 변화를 초래하면 그것이 유해 자극이 아니더라도 수용체가 관여해 뇌에서 통증으로 인지할 수도 있다. 통증은 △변환 △전도 △전달 △조절 △지각 △통증 행동 단계를 거쳐 대뇌로 전달된다. 수용체가 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해 전도 및 전달하면 대뇌 피질에서 기존 경험 등을 기반으로 정보가 변형된다.

2021 노벨 생리의학상과 통증
지난달 4일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은 캡사이신의 매운맛과 작열감을 활용해 통증과 감각의 관계를 규명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자극과 통증의 연결 고리 센서를 발견한 아뎀 파타푸티언이다. 즉 우리가 온도와 압력 각각에 반응하는 통증 수용체를 지니고 있음을 연구한 것이다. 우리 학교 의학과 최지원 교수는 매운맛이라는 통증의 원인과 경로에 대해 “신경의 두께, 전도 속도, 절단면에 따라 수용체는 크게 A·B·C fiber로 나뉘고 A fiber는 다시 Aα·Aβ·Aγ·Aδ fiber로 나뉜다”며 “매운맛이라는 화학 및 기계적 통증은 A fiber와 C fiber에 의해 매개된다”고 설명했다. 고추냉이 등의 화학 물질에 대해 작용하는 수용체 중 하나인 TRPA1에 대해 연구한 경험이 있는 최 교수는 “통증 수용체는 현재까지 30여 종이 있다고 밝혀졌다”면서도 “통증 수용체에 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 많아 관련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그래서 왜 받은 건가요?
최 교수는 “두 수상자의 연구는 통증 중에서도 만성 통증 분야에서 임상 의학과 직결되는 가능성의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상포진과 같은 병증이 발생하면 병증으로 인한 유해 자극이 사라진 이후에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통증이 말초와 척수 뉴런의 반응뿐 아니라 대뇌까지 재구성해 신경통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서 밝혀진 결과를 토대로 특정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이상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 묻자 그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병태생리를 밝히는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