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하진 (noterror0404@skkuw.com)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통해 늙은 세포를 다시 젊게

이제 2021년도 33일밖에 남지 않았다. 1년이 지나며 늙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존재한다.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흰머리를 염색하고, 주름을 신경 쓰는 모습은 노화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보여준다. 실제로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 최근 10대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화가 두려우냐’는 질문에 20대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노화에 대한 거부감이 노화 당사자인 노년층에서 나아가 젊은 층에까지 퍼진 것이다. 노화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걸까?


노화에 맞서기 시작한 인류
인류는 오랫동안 노화를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여기고 공포와 불안의 대상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노화의 원리가 파악되며 현대 과학계에서는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질병으로 보는 관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8년 ‘국제질병분류’에 ‘Code MG2A:Old age’를 추가하며 노화를 질병으로 인정했다. 노화는 인간이 손쓸 수 없는 현상이라는 관점이 뒤집어지며 노화 방지책에 대한 연구도 활성화됐다. 구글 창업자들이 세운 바이오 기업 ‘칼리코’ 또한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고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칼리코의 목표는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노화를 완전히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운다. 

질병 ‘노화’의 치료책은?
노화는 세포 단위에서부터 시작한다. 세포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에 관해 여러 연구가 존재하지만 그중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텔로미어의 마모다. 세포가 분열할 때 세포핵 내의 염색체 말단이 복제되지 않아 끝이 닳게 되고, 이 과정에서 유전정보가 손실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되는 동안 염색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염색체의 끝부분에서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포 분열을 반복하다 보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는 “텔로미어가 다 닳으면 염색체 안쪽에 있는 유전자들도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다”며 “세포 분열을 하지 않는 상황이 곧 세포 노화”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외부적 영향으로 인한 유전자 손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세포 노화가 진행된다.

인체에는 노화한 세포를 없애는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노화세포는 자연적으로 제거된다. 그러나 이러한 메커니즘에 저항하는 노화세포도 존재한다. 인체의 메커니즘에 저항해 제거되지 않은 노화세포는 비록 세포 분열은 하지 못하지만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를 유도해 주변의 조직을 공격하게 하는 단백질이다. 이로 인해 노화세포는 각종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다른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화세포를 제대로 제거할 수 있도록 미국 메이오 병원 연구진은 노화세포제거제를 연구하고 있다. 노화된 지방 전구세포를 없애는 ‘다사티닙’과 노화된 상피세포와 골수 줄기세포를 제거하는 ‘퀘세틴’을 조합해 만든 ‘세놀리틱’이라는 약물이다. 해당 연구실에서 세놀리틱을 나이든 생쥐에 투여한 결과 수명이 36% 증가하고 사망 위험이 65%나 감소하는 결과가 관찰됐다. 노화세포제거제가 사람을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노화세포로 인한 노인성 질환의 대부분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노화를 아예 없었던 일로, 유도만능줄기세포
노화세포제거제처럼 세포 노화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노화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막는 방법도 있는 반면, 세포를 초기화해 노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던 듯이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노화 방지에서 멈추지 않고 이미 노화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기술까지도 가능해진 것이다. 줄기세포는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 즉 분화능을 가진 세포를 통칭한다. 분화능 중에서도 만능분화능은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능력을 말한다. 만능분화능 줄기세포에는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있으며 인체 치료에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이후 분화한 배아에서 얻어지는 줄기세포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장지원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는 실험실에서 무한히 배양이 가능해 사용 횟수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배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배아줄기세포와 수혜자 간의 면역 거부 반응 문제도 지닌다”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수혜자의 배아를 구할 수는 없기에 수혜자는 유전자가 다른 타인의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사용해야 한다. 유전자의 불일치로 인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면역 거부 반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아줄기세포의 핵을 수혜자의 체세포 핵으로 대체하는 핵치환이 필요한데 이는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아 까다로운 과정이다.

배아줄기세포의 두 가지 단점, 윤리적 문제와 면역 거부 반응을 모두 극복한 것이 바로 유도만능줄기세포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야마나카 인자라고 불리는 네 가지 *전사 인자들을 주입해 줄기세포로 발현하는 방법으로 형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역분화 유도 단백질을 추출해 다른 체세포에 주입하는 방법으로도 제조될 수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동일하게 만능분화능을 지니고 있지만 배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자유롭다. 수혜자 자신의 체세포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하므로 면역 거부 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의 유전자 안에 있는 수천 가지 인자 중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자를 찾아냄으로써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만능분화능 줄기세포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노화를 상대하는 방식은 부분적 역분화 전략이다. 이미 분화되고 노화한 세포를 야마나카 인자를 통해 미분화 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는데, 이를 완전히 역분화되기 전에 젊은 세포 정도로만 되돌리는 것이 부분적 역분화다. 장 교수는 “역분화 과정에서 세포의 노화한 흔적, 즉 노화 마커가 사라지며 젊은 세포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역분화가 역노화로까지 이어져 세포 수준에서 노화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세포 노화 수준을 넘어서 개체 단위의 노화까지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맞춰 이를 증명하는 실험도 발표됐다. 바르셀로나 생명의학연구소와 샌디에이고 소크생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야마나카 인자를 지닌 생쥐들에게 매주 이틀씩 인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물질을 주입한 결과 그렇지 않은 생쥐들보다 수명이 40% 이상 증가했고 각종 질환에도 빠르게 회복하는 효과를 보였다. 인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기형종을 형성해 부분적 역분화 전략에서의 부작용으로 종양과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장 교수는 “세포 분열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암세포로 변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화 방지와 암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며 “우리를 젊어지게 할 수도, 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야마나카 인자를 완벽히 이해하고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분화=세포의 구조와 기능이 특정 종류의 세포로 발현하는 현상.
◆전사 인자=특정 DNA 서열을 인식해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단백질 집합.
◆기형종=비정상적으로 분화돼 여러 종류의 세포가 섞여있는 종양.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배양 방법.
일러스트|서여진 외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