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창현 (vlakd0401@skkuw.com)

작년 1학기 수습기자였던 나는 직전 학기에 신문사 임기를 마친 친구와 학보사 기자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친구에게 수습기자 트레이닝에서 경험한 기사 작성 과정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친구에게 토로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야, 네가 글을 과제처럼 써서 그렇게 느끼는 거 아냐?”라고 일갈했다. 그 당시에는 그 친구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어느 정도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됐다.

내 전공 학과인 사회학과에서는 주로 폭넓은 주제에 대한 보고서가 과제로 주어진다.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은 크게 글감을 선정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한 후에 개요를 작성하는 단계로 이뤄진다. 이 과정은 언뜻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취재는 작품이나 기사에 필요한 재료나 제재를 조사하여 얻는다는 말이다. 취재는 가질 취(取)와 재목 재(材)라는 두 한자로 이어져 있는데, 그 두 한자는 각각 귀 이(耳)와 나무 목(木)자를 담고 있다. 이런 한자의 조합에서 착안해 취재라는 단어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기사의 글감이라는 나무를 얻기 위해 귀를 열어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 준비가 그저 남이 베어 놓은 나무를 모으는 것이라면, 취재는 직접 나무꾼이 돼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좋은 나무가 있는 곳을 찾고 땀 흘려 나무를 베는 과정이다. 이 둘의 차이를 나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는 그저 자리를 지키고 누군가 내게 나무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두리번대고 있었을 뿐인 것이다. 

이처럼 취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좋은 나무를 찾아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나무를 잘 벨 방법을 모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오늘 할당량은 채웠네”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 다그쳤다. 그 결과 이전보다 뿌리 깊고 밑동이 튼튼한 나무들을 발견하고 더 깔끔하게 잘린 나무토막을 얻을 수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기사의 가치는 쉽게 재단될 수 없고, 또한 그 재단의 기준이 단순히 취재에 들인 노력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단지 모니터 속 세상의 모습이 아닌 ‘진짜’ 세상의 이야기를 기자가 열심히 발로 뛰어 담아낸다면 적어도 본인 스스로는 그 결과물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앞선 깨달음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좋은 나무 찾는 데 열심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그런 나무꾼이 되고 싶다.

 

사진|이창현 기자 vlakd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