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법대·법대 일반대학원·법전원,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흔히 로스쿨로 칭해지는 법전원은 2009년 첫 신입생을 모집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법전원 설립 시 법대와의 중복을 불허하는 조건으로 인해 당시 41개 법대 중 25개가 법전원으로 전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2011년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17년 사법시험(이하 사시)이 폐지되면서 학제 전환에 쐐기를 박았다. 경희대 법전원 정형근 교수는 “당시 대학생들이 사시 준비에 몰두해 대학교육이 황폐해졌다”며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고 법전원을 통해 다양한 전공의 졸업생들이 교육을 받음으로써 여러 분야에서의 법률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변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전북대 법전원 송양호 교수는 “법전원 도입을 통해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과 실무 경험을 모두 거친 학생이 판사 혹은 검사로 임명되는 법조 일원화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법전원, 잘 정착 중인가
과연 법전원은 도입 당시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정 교수는 “법전원 교육 연한이 3년에 불과해 변호사 시험 이후에도 추가로 실무를 익혀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의 실력이 균질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법원의 *로클럭(law clerk) 제도와 검찰의 검사 선발 등으로 법조 일원화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래 기대와는 조금 다를지언정 법전원 학제 자체는 우리 사회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최초로 법전원 출신 고등법원 판사가 배출됐다. 이는 법전원 출신 법조인이 법원에서도 주된 역할을 맡고 있으며 현재 법조계가 사시 세대에서 법전원 세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송 교수는 “사시 합격자 출신 법조인에 비해 현재 법조인의 전공 다양성이 대폭 늘었다”며 법전원 정착으로 인한 변화를 짚었다.
 

끝없는 경쟁에 지쳐가는 청년들
법전원의 정착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치계에서는 사시 부활이 논의됐다. 법전원 학제의 여러 요소가 청년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쟁이 그중 하나다. 작년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는 1만 3955명으로 역대 최다인원을 기록하며 높은 경쟁률을 증명했다. 이윤희(법전원 11기) 동문은 “법전원 진학은 문과대 학생으로서 전문직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미래를 바라며 각자의 사유로 법조인의 길을 택한다. 

현재 법전원 학제 하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첫발은 법전원 입학이 될 수밖에 없다. 법전원 입학을 위해서는 정량 평가 요소와 정성 평가 요소 모두를 준비해야 한다. 이때 평가와 관련한 ‘카더라’가 많아 혼란을 겪기도 한다. 지난 1월 법전원 입시 관련 책을 출간한 정 교수는 “법전원 입시에서 법 관련 과목을 수강한 경험이 호감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법전원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전공 공부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 더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공 공부 외에도 정성 평가에서의 사회 및 봉사활동 관련 자료도 중요하다”며 다양한 요소가 고려됨을 설명했다.

이렇게 법전원에 입학해도 끝이 아니다. 제1회 변시의 합격률이 87.1%인 반면, 지난해 치러진 제10회 변시의 경우 54.1%로 변시 합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에 5번의 사시 응시 기회를 모두 소진한 이른바 ‘오탈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변시 합격에 열을 올리다 보니 법전원 내 교육이 변시에만 집중됐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정 교수는 “변시 과목 자체가 법조인 교육에 필요한 내용”이라면서도 “변시 준비 학원처럼 변질하지 않기 위해 변시 관련 과목의 이수 학점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도 역시 청년들의 몫
청년들이 법전원 진학을 망설이는 이유에는 금전적 어려움도 있다. 이 동문 역시 “일을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해서 법전원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기준 법전원의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1천 425만 원으로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장학금 제도가 높은 등록금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을까. 송 교수는 “충분하진 않으나 국가장학금 예산 확보를 위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노력하고 있다”며 “국가장학금과 더불어 각 학교 동문 등의 경로를 통한 지원까지 합치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19.36%의 법전원 학생들이 전액 이상의 장학금을, 32.26%가 반액 이상의 장학금을 받는 등 차등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공정이라는 논제 아래 떠오른 수도권 vs 지방 구도
수도권 소재 법전원은 지방 소재 법전원보다 자교 출신 입학생 비중이 크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법전원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입학자의 1/3 이상을 타교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으나 서울대의 경우 66.01%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지역거점국립대학교 협의회 회장을 지냈던 송 교수는 “사시 시절에 비하면 지방 법전원 합격자가 늘었고 2009년 대비 2021년 전체 지역별 변호사 증감률이 158% 증가하는 등 *무변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며 지방대학이 소멸하는 가운데 지방 법전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순 없다”며 “수도권 출신의 학생이 지방 법전원 졸업 이후에도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법전원의 미래는
정부의 장학금 지원이 사시 시절 사법연수원 운영에 투입한 예산의 극히 일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에 정 교수는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의 국가기관으로 이에 속한 사법연수생 또한 법원 공무원 신분으로 처리돼 국가에서 월급을 지급했다”며 “국가기관인 사법연수원과 법전원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송 교수는 “사법연수원에서 행했던 실무교육과 비슷한 체제를 국가에서 다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 교수는 “과거 사시 시절과 비교했을 때 법조인의 관문이 굉장히 넓어졌다”며 “모든 법전원의 교육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으니 청년들이 관심을 두고 법전원에 도전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로클럭=소속 법원장의 명을 받아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그 밖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재판연구원.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지역.
 

법전원 입시 관련 서적들.
사진|오유진 기자 five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