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 우영우
다양한 장애인 인물이 미디어에 등장해야

 

‘Extraordinary Attorney Woo’,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어 제목이다. 자폐스펙트럼장 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한때 ‘이상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모든 이들을 다시 조명한다. 주인공 우영우는 ‘extraordinary(비범한, 대단한)’ 해지며, 동시에 다른 이들과 같이 평범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반영된 현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천재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에서 일하며 겪는 다양한 일을 다루는 드라마다. 드라마 속의 세계는 밝고 따뜻하다.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 주되, 그것을 불행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의 극복보다는, 장애의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이들이 이뤄내야 하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평했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현실세계에서 장애인이 받는 차별을 그대로 겪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등장하고, “너도 그래봤자 자폐잖아” 등 의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영우를 힘들게 할지언정 그의 생활 전반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우영우는 법정에서 자신의 장애를 소개하며 배심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준비한 변론을 이어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남긴 의미 있는 발자국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초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세상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알렸다. 2022년의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건 그의 능동적인 모습이다. 김 평론가는 “기존 작품에서 장애인들은 갈등의 당사자로 등장하며 경제활동과 직업이 부재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에 반해 우영우는 자신의 직업을 통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며 계속 적극적으로 성장해나간다”고 전했다.

우영우는 자신의 장애로 위축되기보다는 자신의 특장점을 살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그는 뛰어난 기억력을 통해 찾아낸 변론의 근거를 선배 변호사인 정명석과 동기 변호사들에게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정명석과 동기 변호사들은 우영우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한 차례 더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명석 변호사는 자신이 놓친 단서를 찾은 우영우를 칭찬하며 그의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재판에 반영한다. 이러한 주변인들의 태도 또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영우는 다른 이의 입을 빌리거나 은유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를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산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 자신의 관점에서 비춰지는 세상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스펙트럼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라고 말하며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과 같은 진단명이어도 자폐인은 모두 다르다는 정보를 직접 전달한다.

본 드라마에서는 장애 여성이 원톱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 평론가는 “기존 작품들에서 장애인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이 었다. 여성 장애인은 등장하더라도 여러 인물 중의 한 명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가시화됐던 장애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한편 드라마에서는 다른 지적장애 여성인 신혜영의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장애 여성이 처한 상황을 환기한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우영우와 이준호의 관계가 발전됨과 함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신혜영과 양정일의 법적 공방이 함께 등장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장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실제로 에피소드 중 등장하는 우영우의 대사 “장애인한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지 않습니까?”는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됐다.

한편 여성 장애인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장애인 성범죄 사건은 하루 평균 2.2건 발생했다.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2.1%였다. 앞으로도 시민 사회에서 장애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계는
드라마의 인기가 뜨거운 만큼 비판적인 담론도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우선 장애인이라면 순수하고 착해야 한다는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드라마에서 장애인 인물로 등장하는 ‘굿 닥터’의 박시온,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상태는 모두 ‘힐링’ 인물들로 자주 표현됐는데, 우영우 역시 무해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임영호 교수는 이와 같은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우영우가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기존 미디어가 부정적으로 재현했던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천재로 묘사되는 것 역시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 교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될 장애인들은 우영우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이러한 설정은 자폐인이면 뛰어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지적장애인이 우영우의 의뢰인으로 등장할 때 제도나 정책이 아닌 우영우의 변론에만 의존하는 것도 한계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김지연 강사는 장애인이 진술 조력인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언급하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른 지적장애인들이 이런 제도를 활용하는 모습이 등장했다면 천재 장애인인 우영우의 입을 빌리지 않고도 그들의 목소리로도 얘기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애인 재현 미디어가 앞으로 추구해 나가야 하는 방향은?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담아낼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당사자성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방영한 tvN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장애인 역할을 발달장애인 배우가, 청각장애인 역할을 청각장애인 배우가 맡아 연기한 모습에서 드러난다. A 학우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장애인 배우들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장애인들을 특정 역할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삶의 맥락을 경험하는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임 교수는 “모든 개인은 다양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히며 이를 고려한 작품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작 과정에서의 세심함 역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왕휘(미디어 17) 동문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가의 감수를 받으며 자폐인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콘텐츠가 그들에 대한 희화화로 보이지 않도록 충분한 연구와 성실한 취재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과도기적인 드라마지만, 그럼에도 의미 있는 이유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소수자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럼에도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과도기적인 작품이지만 해당 드라마 자체가 현대 사회에 가지는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김 평론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비현실적이어도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을 제시해준다”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하는 우영우가 드라마를 넘어 현실에서도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ENA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인스타그램 @enadarma.ch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