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체험기 - 고라데이 마을

화전민 문화와 농촌을 경험할 수 있어

체험을 통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게 돼 

낮에는 나뭇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울리고 밤에는 잦아든 소리 위로 떠오른 별만이 소박하게 빛난다. 깊고 깊은 산골 마을에는 더 이상의 번잡함도 시끄러움도 없다. 지난달 24일, 농촌 체험과 힐링의 명소 고라데이 마을을 찾았다.

체험과 힐링의 장소, 고라데이 마을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고라데이 마을은 화전민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산골 마을로 △발교산 △병무산 △수리봉에 둘러싸인 곳이다. 고라데이 마을은 2018년부터 농촌진흥청이 선발하는 ‘으뜸촌’에 4년 연속 선정됐다. 으뜸촌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경관·서비스 △숙박 △음식 △체험의 4가지 부문에 1등급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약 3,300명이 방문했던 마을에 올해는 지난달 24일 기준 약 4,500명이 방문했다. 고라데이 마을 이재명 촌장은 “최근 2, 30대 방문객이 많아진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1박 2일 가을 촌캉스 밤도깨비와 달빛산책’이다. 프로그램은 △돌 목걸이 만들기 체험 △화덕 밥 짓기 체험 △화전 움막 체험을 비롯한 7개의 체험과 3끼의 식사로 구성돼있다.

천천히 누리는 나를 위한 식사
기자가 처음으로 한 체험은 화덕 밥 짓기다. 화덕 밥 짓기 체험은 ‘나’를 위해 밥을 짓고 ‘나’를 위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쌀을 씻어 무쇠솥에 담고 지역 농가에서 공수해 온 곤드레나 물을 밥 위에 올렸다. 불 위에 솥을 올린 뒤 마른 나뭇가지에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로 눈이 매웠지만 일렁이는 불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평화로움을 가져다 줬다. 정성껏 지은 밥을 들고 식당으로 향하면 재료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부추전과 곤드레장아찌와 같은 음식이 준비돼 있다. 체험에 참여한 이정민씨는 “밥을 천천히 씹으면서 음식이 가지고 있는 식감을 온전히 누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나를 위한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냇가에서 돌을 고르며 
돌 목걸이 체험에서는 냇가에서 주운 돌을 꾸미고 끈을 연결해서 목걸이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냇가로 향하는 길에 울창한 나무와 나무 그늘에 앉아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체험객은 소매를 걷고 냇가 주변의 돌을 고르며 복잡한 생각을 지우는 듯 보였다. 신중히 고른 돌을 들고 마을로 돌아오면 아크릴 물감으로 돌을 색칠하고, 마음에 드는 색의 끈을 골라 개성이 담긴 돌 목걸이를 완성할 수 있다. 이 촌장은 “길에 놓인 평범한 돌이 목걸이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며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자신에게서도 특별한 의미를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이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보다
화전 움막 체험에서는 화전민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었다. 체험객들은 움막 안의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의 기세가 꺾이기를 기다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닥불이 잔잔해진 후에는 감자를 불 안에 넣고 익은 감자를 양손에 쥔 채 호호 불어먹는다. 움막 근처에는 불을 즐길 수 있는 족욕탕도 마련돼 있다. 네모난 족욕탕의 한가운데에는 모닥불이 잔잔하게 타올랐다. 모닥불과 발을 담근 물의 온기가 온도가 낮은 산골 마을에 더해지는 듯 했다. 이 촌장은 “체험객들이 어색하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보다는 불멍과 족욕을 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통 등을 들고 달빛산책을 떠나다
준비된 키트를 통해 전통 등을 만들 수 있었다. 키트는 △도안판 △붉은 끈 △투사 지 △LED 초로 구성돼 있다. 도안 판을 직육면체 모양으로 조립하고 도안 판에 투사지를 잘라 붙였다. 등 안에 LED 초를 넣고 붉은 끈으로 손잡이를 연결하면 나만의 전통 등이 완성된다. 어스름이 내린 후 등을 들고 산책로 입구로 향했다. 15분간 나무와 흙냄새를 맡으며 산책로를 걸었다. 우거진 숲속에는 밤의 소리가 들렸고 그 끝에는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별들이 펼쳐져 있었다.

고라데이의 끝에
고라데이 마을은 도시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거리보다 나와 나의 욕구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방문객들은 본인이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쏟는 시간을 가졌다. 산이 병풍처럼 둘려 있는 이곳은 도시에서의 걱정과 불안은 차단되고 오직 새 소리 와 다정하고 편안한 대화만이 가득하다. 낮에는 숲속 나무를, 밤에는 하늘에 펼쳐진 별을 보며 멈춤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기자가 일상에 멈춤을 선언하고 떠났던 고라데이 마을로의 여행은 진정한 힐링을 선사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지치고 조급한 마음은 자취를 감추고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활력이 찾아왔다.


 

고라데이 마을의 전경.
화덕 밥이 지어지고 있는 화덕.
화덕 밥이 지어지고 있는 화덕.
돌 목걸이 체험을 통해 만든 돌 목걸이.
일러스트 | 서여진 기자 duwls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