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누리기 원하는 청년들

목적 있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해

움직임이 가득한 사회, 움직여야만 하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식으로 일상에 잠시 ‘멈춤!’을 외치는 것을 선택한다. 멍때리거나 명상을 하는 사람부터 시골로 향하는 사람까지.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온전히 누릴 방법을 알아보자.

잠깐 나만의 시간을 갖자, 멍때리기
최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멍때리기’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멍때리기 대회가 3년 만에 다시 열리기도 했다. 참가자 50팀을 선발하는 멍때리기 대회에 약 3,800명이 신청하며 멍때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멍때리기부터 특정 대상을 보고 멍때리는 ‘물멍’, ‘불멍’, ‘풀멍’까지 등장하고 있다. 동국대 불교학부 한정윤씨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불멍과 물멍을 한다”고 전했다. 최근 태워지는 향을 보며 멍때리는 ‘향멍’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멍때리기는 실제로 뇌의 휴식을 돕는다. 멍때릴 때 뇌는 수면과 의식의 중간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우리 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전상원 교수는 “장시간의 잦은 멍때리기는 뇌에 스트레스를 줘 우울증 및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적절한 멍때리기는 뇌에 휴식을 가져다줘 집중력과 판단력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나를 돌보는 명상
명상은 뇌의 휴식을 돕는다는 점에서 멍때리기와 유사하지만 멍때리기의 심화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멍때리기와 달리 명상은 몰입을 위해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평소 명상을 즐기는 한씨는 “감정 기복이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한다”며 “명상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명상은 크게 집중 명상과 알아차림 명상으로 나뉜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은 알아차림 명상을 핵심으로 다루는 명상이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지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MBSR 명상 수업을 진행하는 우리 학교 영어영문학과 손혜숙 교수는 “불안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현시대에 마음챙김 명상은 본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을 돕는다”며 “이로써 현대인들은 자신을 혹사하기를 멈추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앱을 이용한 명상도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명상 앱 ‘마보’에서 지난해 발표한 국내 명상 트렌드 키워드에 의하면 MZ 세대의 마음 챙김 명상의 참여도가 가장 높았다. 명상 앱은 사용자가 쉽게 명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충남대 의예과 김수빈씨는 “앱을 통해 명상 음악을 쉽게 찾아 듣고 출석 기능을 사용해 기록을 남기며 명상하는 습관을 지니게 됐다”며 “명상 일기를 남기며 명상 이후 손쉽게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쉼을 찾는 도시의 청년들
청년들은 시골로 떠나기도 한다. 지난 8월 직장인 이어진씨는 농촌과 바캉스가 결합한 ‘촌캉스’를 즐기기 위해 가족과 함께 전라북도 고창의 독채 민박 ‘들꽃연가’를 찾았다. 이 씨는 “평소 쉬는 순간에도 SNS를 통해 다른 이들과 연결돼있는 기분이 들어 편히 쉬지 못했다”며 “일상의 여유를 찾고 싶어 촌캉스를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의 소리를 듣고 솥뚜껑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촌캉스를 검색하면 약 2만 7,000개의 게시물이 뜬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고즈넉한 산과 한옥이나 초가집을 개조한 숙소를 배경으로 녹음을 즐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도채 연구위원은 “과거의 농촌 체험 활동을 콘텐츠로 한 농촌 관광이나 휴양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농촌 관광 및 촌캉스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촌캉스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제시한 ‘러스틱 라이프’라는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다. 러스틱(rustic)은 ‘시골 특유의’, ‘소박한’을 뜻하는 용어로 책에 의하면 러스틱 라이프란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이다. 도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시골의 여유를 즐기는 것으로 완전한 귀촌보다는 일주일에 5일은 도시에 머물고 2일은 시골로 떠나는 ‘오도이촌’에 가깝다. 또한 시골에서 한 달 살기나 캠핑도 러스틱 라이프의 일종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이수진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들이 러스틱 라이프를 추구하는 현상에는 일상생활이 힘들 때 현실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 경험했던 할머니의 시골집을 찾고자 하는 과거 회귀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밝혔다.
도시를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도시에서 시골의 여유를 즐기는 행위도 러스틱 라이프에 해당한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시골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연의 소리를 담은 유튜브 영상을 즐기거나 집에서 식물을 가꿔 나만의 정원을 만드는 등 시골의 여유를 느끼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잘’ 쉬기 위해서
△멍때리기 △명상 △러스틱 라이프는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멈춤이 지닌 의미를 환기한다. 한씨는 “젊은 세대가 찾고자 하는 진정한 힐링은 일상을 다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재충전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잘 쉬기 위해서 목적 있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회피를 위한 휴식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의미 있는 힐링은 일상으로의 활기찬 복귀를 돕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을 아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의 줄임말로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를 의미.

 

들꽃연가에서 촌캉스를 즐기는 이어진씨의 모습.
ⓒ이어진씨 제공.
전라북도 고창의 들꽃연가의 전경.
ⓒ이어진씨 제공.
명상하는 학우들의 모습.
ⓒ손혜숙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