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채연 기자 (bungssa21@g.skku.edu)

공공형 일자리 축소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 우려돼

노인 일자리 사업 방향성 검토와 효율적 시스템 구축 필요

 

지난달 27일 수원시 장안구 송림초등학교에서 만난 현무암(75)씨는 3년째 학교환경지킴이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수원시니어클럽’의 소개를 받아 이곳에서 환경 미화와 조경 업무를 담당한다. 수원시니어클럽은 수원시에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운영되는 기관이다. 현씨는 일자리에 대해 “근로소득으로 부수입이 생기고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형 일자리는 2004년부터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들의 빈곤 해소를 위해 도입된 사업이다.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현씨와 같이 일자리를 소개받아 수입을 얻고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한편 공공형 일자리가 ‘질이 낮은 일자리’ 라며 불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꾸준히 등장해 왔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한 듯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다음해부터 공공형 일자리는 시행 이후 처음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공공형 일자리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톺아보며 공공형 일자리, 나아가 노인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알아보자.

위기의 공공형 일자리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예산은 54억 5,000만 원이 증액되지만, 공공형 일자리는 54만 7,000개로 올해보다 6만 1,000개 감소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시장이 창출하는 민간형 일자리의 예산은 56억가량 대폭 증가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단순업무 위주인 공공형 일자리보다 민간형 일자리의 노동생산성이 더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공공형 일자리와 민간형 일자리는 목표로 하는 대상과 특성이 다르다. 공공형 일자리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희망자의 신청을 받아 공급된다. 취약 노인 생활지원과 초등학교 등굣길 안내부터 환경미화까지, 일의 종류가 다양하다. 요구되는 역량이 많지 않다 보니 연령대가 높거나 저소득·저학력층 노인도 참여 하기 쉽고, 자연스럽게 이들의 소득 보전 에 도움이 되는 사회복지적 성격을 띤다. 공공형 일자리의 근로자들은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최대 지급 기준인 27만 원 이내의 임금을 받는다. 우리 학교 인사캠이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의 경우 올해 총 2,296개의 공공형 일자리가 있으며, 자과캠이 있는 수원시 장안구의 경우 노인 일자리 알선기관을 통해 총 747개의 일자리가 준비돼있다.
한편 민간형 일자리는 현재 만 60~67세인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공공형 일자리에 비해 근로자의 적극적인 활동과 참여를 요구한다. △경비원 △ 지하철 택배 배송 △카페나 공방 등 소규모 매장 근무 등의 업무가 해당된다. 민간형 일자리의 월급은 일의 종류나 계약 내용마다 차이가 있으나 많게는 100만 원대를 넘기도 한다. 올해 종로구에는 총 366개의 민간형 일자리가, 장안구의 일자리 알선기관에는 총 16개가 마련돼 있다. 민간형 일자리는 노인복지관이나 시니어클럽 기관 등 수행기관을 통해 제공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 및 지자체는 수행기관과 참여자의 연결을 담당할 뿐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공공형 일자리, 어떤 점이 지적되나
민간형 일자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공공형 일자리를 향해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그중 하나가 공공형 일자리를 비롯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고용률 수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증가한 취업자 33만 명의 약 92%가 60세 이상이었다. 해당 자료는 이러한 결과에 정부가 마련한 83만 개가량의 노인 일자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공공형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발표한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의 74%를 차지하는 공공형 일자리의 단순업무에 대한 문제를 짚었다. 환경미화와 같은 단순한 노동에 그쳐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분석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된 사안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공공형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취약계층의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사회 공공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허 교수 또한 “일자리 사업의 분야가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거나 취약 아동과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일과 같이 공공형 일자리의 취지에 맞고 질적으로도 좋은 핵심적인 것들로 추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된 노년층의 버팀목이 되다
앞선 지적에도 공공형 일자리의 축소는 고령층 복지 사각지대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저소득·저학력층 노인에게 공공형 일자리는 생계형 일자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발표한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 중 공공형 일자리 지원 자격에 해당하는 이들의 70% 이상이 생계를 위해 취업한다고 답했다. 수원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올해 공공형 일자리 경쟁률이 1.6:1이었다”며 “공공형 일자리가 축소되면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일자리 참여가 어려워지면 근로소득으로 월세를 내거나, 생계비에 보태던 어르신들의 생계유지가 막막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소득·저학력· 여성 노인의 경우 민간형 일자리 참여에 어려움이 따른다. 민간형 일자리는 공공형 일자리와 달리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가 요구되는데, 사회적 약자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제적·시간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인의 사회적 관계 형성 측면에서 공공형 일자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는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 증진을 통해 활기찬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씨는 “아침에 일하고 나면 그날 하루는 힘이 넘친다”며 “동료와 나누는 대화, 아이들이 건네는 밝은 인사 한마디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공공형 일자리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돕는 공익적 성격의 일자리”라며 “저소득층의 빈곤 해소 효과도 일정 부분 보이고 있고, 노인들의 정서적 고립을 감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나아갈 방향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취업이 힘든 고령자에게는 공공형 일자리를 보장해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공공형 일자리의 선정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초연금, 의료사업과 같은 다양한 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제적 취약계층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안 공개 이후,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예산을 8조 늘릴 것으로 지난달 8일 발표했다. △노인·아동·청소년 △장애인 △저소득층 △취약 청년 대상의 지원 강화가 4대 핵심과제로 함께 지정됐다. 예산의 구체적인 사용 방식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예산의 추가 편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예산 개편을 통한 노인 일자리 운영이 원활해지려면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은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정책 수립에 혼선이 생겼고, 수행 기관의 기반이 미비해졌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허 교수는 “일자리 사업의 방향성 수립과 함께 그 실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객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노인 일자리를 담당하는 권역별 기관의 중심 기능을 강화하고 일자리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관별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어떤 일자리의 질이 좋은지 비교하는 것을 넘어 노인 일자리가 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이 겪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볼 때다.
 

현무암씨가 공공형 일자리인 화단 관리를 하는 모습.
사진| 김채연 기자 chaeyeonkim@
자료: 보건복지부